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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명소]상효동/입석마을 '선돌'
가을이 내려 앉은 자리, 그 곳에서 신선이 되어 볼까
백금탁 기자 gtbaik@hallailbo.co.kr
입력 : 2010. 09.25. 00:00:00

▲5·16도로변에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이 배려한 숲터널과 함께 600년 수령의 노송과 차밭이 객을 맞이하는 선돌선원. /사진=강희만기자

분주한 세속 벗어나 모처럼 맞는 평온의 시간
600년 老松·절집·차밭·연자매등 볼거리 풍성

산사(山寺)로 향하는 길엔 가을이 먼저 내려 앉았다. 초록의 끝자락에 머문 뜨거웠던 여름의 여운이 아쉬운 듯 단풍으로 물든다. 5·16도로변 입석동 버스정류장에서 한라산을 향해 난 좁은 길을 따라 걷는다.

자연이 만든 '숲 터널'은 무릉도원을 가는 길목이다. 수백년된 팽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길 사이에 두고 나무들이 머리를 맞댄다. 바람에 스치는 그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순간, 이름 모를 새 한마리가 '포로록' 하늘로 난다. 계곡을 끼고 오르는 숲길, 날씨가 좋은 탓에 물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쉽다.

5·16도로변에서 500m 남짓 길을 따라 걷다보면 누군가 정갈하게 만든 돌길을 만날 수 있다. 양갈래로 난 돌길을 따라 산길을 나선다. 제법 앙증맞게 맺힌 도토리며 주변에 쉽게 볼 수 없는 이끼와 이름 모를 풀들이 지천이다.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공기에 소나무, 향나무의 향이 배인다. 숨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고요함이 좋다.

선돌교를 지나 선돌선원(선돌천진원) 입구에 들어서면 600년 수령의 노송과 차밭이 객을 맞는다. 봉긋하게 여문 차꽃이 금새라도 필 기세다. 그 위로 하늘을 배경으로 수직으로 곧게 선 선돌이 보인다. 한라산 자락에서 100m 높이로 세상을 굽어본다. 흐린 날엔 구름과 안개에 가려 좀처럼 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단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바위에 노송이 위태롭게 뿌리를 내려 경이로움 그 자체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가려 길을 터준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자연을 거스르는 자에겐 안개를 드리워 선돌 가는 길을 막는다고 한다.

선돌선원에 들어서면 모든 게 감탄사로 시작한다. 자연이 배려한 '숲터널'을 첫 대면하면서 터진 감탄사가 선돌선원까지 이어진다. 군더더기 없는 산길의 주는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초가로 만든 절집과 연자매, 바람이 머무는 연못, 그리고 대나무, 감나무, 밤나무도 세월을 나이테 속에 묻으며 자라고 있다. 객을 반기는 4마리의 개도 절집 식구다. 머루, 다래, 자선, 자두 등 이름도 자연을 닮았다.

선돌선원을 지나 다시 20분 가량을 올라야 선돌을 만날 수 있다. 주변 동산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이다. 선돌 아래에는 기도자리가 있다. 소원성취를 바라는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올린 정한수가 더없이 맑다.

선돌을 돌아 내려오는 길은 가벼웠다. 몸도 마음도 차분하며서도 충만했다. 작은 풀 한포기에도 정감이 간다. 찻잎을 머금은 입안에 차향이 짙게 밴다. 오래도록 차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 선돌선원 백간 스님을 만나다 ] “제주삼무는 신선의 삶 자체”

▲40년전 영실 존자암에 100일 기도를 위해 찾았다가 선돌선원에서 차를 키우며 수행을 하고 있다는 백간 스님. /사진=강희만기자

"선돌은 '신선이 내려온 자리'로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2500년 전부터 절터가 있던 자리로 영실의 존자암과 함께 부처님이 왔던 성스러운 곳이다. 이 곳에서 지난 40년간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축원하고 있다."

팔순을 넘긴 선학원 선돌선원장 백간(白艮) 스님은 40년전 영실 존자암에 100일 기도를 드리러 왔다가 이 곳을 찾아 수행하고 있다. 충청도 출신인 스님은 33년전 지리산 응석사에서 차를 구해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이 곳에 차나무를 심었단다.

현재 도순과 남원의 녹차도 스님과 인연이 있다고 했다.

노 스님은 이 곳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황토가 섞인 땅에 손수 야채를 가꾸고 주변엔 감나무와 오동나무, 밤나무도 등도 심었다.

노 스님은 "전설의 고향에 나옴직한 이야기지만 선돌은 신선이 하강한 자리"라며 "제주에 와서 직접 들었다"고 했다. 특히 "선돌의 높이는 100m가 넘고 영실 500장군과 학수바위가 있지만 단일돌로서는 최고로 크다"며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인 수천년 전부터 제주의 조상들이 한라산 산신에게 기도를 올리던 터"라고 소개했다.

차를 심는 것에 대해 노 스님은 "차는 곧 신선들이 마시던 것"이라며 "추석은 곧 다례(茶禮)이고 한라산에는 신선들이 마시던 많은 차들이 있다"고 했다.

노 스님은 "제주의 삼무(三無)는 인간이 바라는 최고의 경지이며 신선들의 삶 그 자체"라며 "제주 젊은이들이 계승해야 한다"고 했다.

산사를 잇는 돌길은 서귀포시 무릉리에 사는 지인의 도움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직접 다린 차를 내며 방에 걸린 초이선사의 초상화와 추사 선생의 글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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