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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케팅이 경쟁력이다]'온리 원' 추구하며 차별화된 문화명소로 발돋움
2.지역의 문화자원 만들기/강원 영월군·이탈리아 밀라노
표성준 기자 sjpyo@hallailbo.co.kr
입력 : 2010. 10.29. 00:00:00

▲이탈리아 밀라노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12%를 보유한 것을 자산으로 삼아 공격적인 관광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밀라노시에 있는 두오모 대성당. /사진=공동취재단

영월군 폐광지역 이미지 벗어나 박물관 고을로 변모
밀라노 패션도시 안주않고 공격적 문화관광마케팅 추진


지역의 문화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보물이 될 수도 있고, 벽장 속의 골동품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국내외 문화마을과 문화도시가 문화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이같은 격언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과거 석탄고장이었던 강원도 영월군은 지역성과 정체성을 살린 박물관고을로 변모하고, 패션의 도시 이탈리아 밀라노는 잊혀졌던 문화와 전통으로 새로운 관광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은 폐광지역 이미지를 벗고 박물관 고을로 면모 일신한 것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단순히 건물만 짓고 입장료만 받는다고 해서 박물관고을이라 이름 붙일 수는 없다. 각 박물관은 저마다 마을과 발전할 수 있는 사업으로 연계된다. 사진 맨 왼쪽은 별마로천문대이며, 나머지 사진은 사진박물관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강원도 영월군=1960년대까지 태백, 정선 등과 함께 태백 산전지대에 속했던 영월군. 1980년대부터 석탄산업이 퇴조하면서 16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현재는 4만명에 불과한 폐광지역이다. 면적의 88%가 산악지형이고, 동강과 서강, 탄천강, 주천강, 남한강이 산재해 산하고 물밖에 가진 게 없는 고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월은 이같은 악조건을 활용해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5년 처음으로 박물관이 들어선 영월군이 박물관고을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지난 2005년. 국내 최대의 석회암지대인 이 지역에는 300여개의 자연동굴이 있다. 그래서 세계 최초로 화석 동굴 생태관을 만들었다. 남북방곤충 피한지라는 자연조건은 곤충박물관 건립으로 이어졌다. 동국여지승람에 유일하게 이 지역의 술과 관련된 정보가 기록돼 있어 술샘박물관도 지었다. 이렇게 개발된 박물관이 현재 20개, 건립 중인 박물관도 10개여서 5년 후에는 30개의 박물관이 들어선다. 동고서저형의 영월군은 박물관도 지형을 이용해 포도송이 모양의 클러스터로 구축했다. 단지 개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성과 정체성을 발굴하고 개발한 박물관이다.

단순히 건물만 짓고 입장료만 받는다고 해서 박물관고을이라 이름 붙일 수는 없다. 각 박물관은 저마다 마을과 발전할 수 있는 사업으로 연계된다. 곤충박물관을 중심으로 주변 마을에서는 곤충을 사육하고, 동물원에 사료로 제공하는 사업도 한다. 전략적인 네트워킹으로 3차산업이 2차산업을 견인하고 주민들이 박물관사업에 참여하는 사례다. 생태박물관과 아프리카박물관은 고씨동굴 앞에 지어 패키지상품화했다. 그 결과 머무는 시간이 늘고, 점심식사도 이곳에서 해결해 주변상가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봤다.

마케팅전략도 남다르다. 소액의 입장료까지 카드 결재가 가능한 것이 그렇다. 카드 수수료는 군에서 지출해준다. 우리나라에서 최상의 관측조건을 지닌 영월군 봉래산 정상의 별마로천문대를 찾는 수학여행단이 많은데 현금이 아닌 카드로 결재할 수 있어 효과만점이다. 지역 영농한우법인인 다하누촌과 연계한 캐시백사업도 있다. 박물관 관람티켓을 가져가면 그 금액에 해당하는 만큼 한우를 공짜로 제공하고, 한우 구입 영수증을 가져가면 박물관 관람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무원들이 뻥이 센데요, 우리는 박물관과 관광지 3개소에 입장하는 유료관광객만 관광객통계로 잡고 등산객이나 단순 방문객은 제외합니다. 작년에 110만명이었는데 올해는 8월 18일에 이미 돌파했고, 연말까지 150만명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형수 영월군 문화관광과장의 자랑이다. 영월군이 지금까지 20개 박물관에 투자한 금액은 250억원에 불과하다. DMZ 박물관 하나에 380억원이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불과한 게 맞다. 20개 박물관 중 반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초기 투자비를 줄였다. 근대산업유산을 활용하고, 독특한 마케팅전략을 추진해 이미 성공궤도에 오른 영월군은 기존 박물관 개념을 파괴하고 숙박과 연계될 수 있는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패션을 선도하는 밀라노. 제품별·공정별로 전문화된 중소기업이 밀라노를 중심으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연중 정기적인 전시회와 패션쇼 등 국제행사를 개최해 많은 외국인들이 찾고, 이를 통해 자국의 전통문화와 패션감각을 세계로 확대시키고 있는 첨단 패션의 도시다.

그러나 밀라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공격적인 관광마케팅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밀라노가 관광마케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이태리 내에서 로마에 이어 두 번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광도시로서의 이미지가 낮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패션, 쇼핑의 도시로 알려진 밀라노에 숨겨진 보물을 알리기 위해 밀라노시는 지난 2006년 관광마케팅 관련 부서(Department of Tourism, City Marketing Identity)를 신설했다. 밀라노에서는 처음으로 마케팅과 활성화계획에 입각한 부서를 기구화시킨 것이다.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은 밀라노가 보유한 문화유산 홍보 활동이다. 사실 밀라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12%를 보유한 문화도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최후의 만찬'을 비롯해 그림과 발명품, 글들을 100여편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미술관에서 3개월마다 전시하고 있다. 피렌체 출신이지만 밀라노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상당수의 작품이 밀라노에 남아 있다는 점을 착안했다. 이밖에 미켈란젤로의 로만떼, 로마네스크 양식의 중세교회와 함께 로마 유적까지 다양한 문화유산이 있다. 이같은 문화유산을 홍보하기 위해 문화·관광 부분의 웹사이트를 개발 중이며, 은행과 다양한 부가 서비스 기능을 갖춘 밀라노카드 개발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과거 비즈니스도시였던 밀라노는 문화관광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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