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풍경은 낭만이 아니다. 고된 노동에다 수입 소금이 밀려들면서 소금장인의 숫자가 예전같지 않다. 증도 태평염전의 소금 생산 모습. /사진=강희만기자 증도 태평염전 근대문화유산 등 활용 염전체험 인기 박물관· 판매장 등 건립 갯벌서 얻은 건강소금 홍보 소금밭을 메운 아이들은 신이 난 표정이었다. 고무장화 차림으로 소금을 끌어모으는 밀대를 손에 꽉쥐고 발맞추어 하나둘 움직였다. 어느새 아이들 앞에 하얀 소금이 수북이 쌓였다. ▶소금창고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 패스트푸드와 패스트문화를 떨쳐내고 자연과 환경의 삶에 순응하는 느림의 여유를 택한 슬로시티.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증도는 국내 슬로시티중 한 곳이다. 지난 8월, 증도에 들어선 태평염전에선 소금밭 체험이 한창이었다.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천일염에서 소금을 끌어모으고 염생식물 등을 관찰하며 휴가를 즐겼다. 신안군에 흩어진 염전은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70%를 맡고 있다. 800여 생산농가가 매년 25만톤이 넘는 소금을 생산한다. 정부는 신안군 13개 읍면 2900㎡의 염전을 '천일염 산업특구'로 지정해 2017년까지 234억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중 한 곳인 태평염전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석조 소금창고가 있다. 1945년 염전이 조성된 초기부터 사용했던 건물로 역사가 깊다. 태평염전은 이런 이유로 '근대문화유산 문화체험'이란 이름을 달고 올해 4월부터 10월말까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염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증도와 육지를 잇는 다리가 개통되면서 섬 방문객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갑절 늘었고 소금 체험장 역시 사람들로 북적인다. 2200명이 사는 증도의 작년 한해 관광객은 35만명이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전북 익산시 최재호씨 가족은 "소금은 너무나 흔한 것이라 그 가치를 모르는데 아이들과 함께 소금 생산 과정을 체험하면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소금창고를 개조한 증도의 소금박물관. ▲태평염전의 소금 만들기 체험 참가자들이 밀대로 소금결정체를 밀어내고 있다. 소금 한 바구니에 땀 한 바구니를 흘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노동의 강도가 세다. 소금밭 체험장 너머 실제 작업장엔 하루에도 몇번씩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염부들이 있다. 햇빛과 바람의 정도를 가늠해 소금결정체가 만들어지는 시간을 기다리던 소금장인들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염전으로 나섰다. 이 일대 소금장인은 한때 450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1/3로 그 숫자가 줄었다. 소금값이 싼데다 수입산이 밀려들며 염전일이 더 어려워졌다. '신안 다도해 생물권보전지역'에 포함된 증도는 천혜의 갯벌에서 소금을 얻는다. 이곳에서 생산된 소금은 그래서 '청정 바닷물을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로 끌어들여 오직 태양과 바람만으로 빚어내는 세계 최고의 천일염'으로 홍보하고 있다. 해수를 저장하는 공간인 저수지, 태양과 바람을 통해 염도를 높이는 증발지, 소금 알갱이가 만들어지는 결정지를 거치는 천일염은 한 달여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태평염전은 오랜 땀으로 일구는 소금을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바꿔놓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업체다. 태평염전은 소금을 두고 '장인의 열정으로 빚어진 자연의 보물'이라고 부르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07년 소금박물관을 지었고 여러 종류의 천일염 판매장, 레스토랑, 힐링센터 등을 갖췄다. '생명이 시작되는 곳 바다, 그곳에 소금이 있다'는 박물관안의 문구처럼 소금을 관광산업의 새로운 콘텐츠로 활용하는데 소매를 걷어붙였다. 제주에서도 애월읍 구엄리 돌염전처럼 옛 소금 생산방식을 관광체험 프로그램으로 가꾸려는 움직임이 있다. 태평염전은 그와 달리 현대식 소금밭을 활용한 사례이긴 하지만 청정 자연의 이점을 살린 소금을 주요 홍보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태평염전의 조재우 상무는 "그동안 해외 벤치마킹을 통해 증도의 소금문화를 파는 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신안군이나 전라남도 등 지자체에서 신안 천일염을 적극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어서 힘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전남신안 증도=진선희기자 ' 태평염전' 조재우 상무 "증도에 발디디면 곳곳이 소금세상" 6년째 태평염전에서 근무중인 조재우 상무는 소금을 파는 게 아니라 소금문화를 판다고 했다. 소금이 지닌 가치를 여러 상품으로 개발해온 태평염전은 최근 소금동굴을 만들었다. 천일염 입자를 활용한 소금동굴은 치유의 공간이다. 조 상무는 낮은 조명이 깔린 소금동굴 안에 1시간 가량 누워있으면 몸이 변화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태평염전의 소금사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염생식물 축제말고도 숙박시설인 소금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20개동 규모로 건립될 예정인데 현재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여의도 크기의 2배에 이른다는 소금밭을 가진 태평염전의 이같은 소금 사업을 배우기 위해 부산, 울산, 목포, 무안 등 각지의 관계자들이 한번씩 증도를 다녀갔다. "증도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에코투어를 통해 소금문화를 알리려고 합니다. 증도는 생물권보전지역입니다. 다양한 체험상품을 개발해 관광객을 끌어들이되 주변 환경과 공존하는 게 우선일 겁니다." 그는 증도에서 나오는 갯벌천일염의 희소성에 주목한다. 미네랄이 풍부해서 쓴맛이 없고 단맛을 내기 때문에 세계 유명 요리사들이 사용해서 유명해진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보다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그는 태평염전 갯벌천일염을 두고 국내 유명 호텔 요리사는 물론이고 일본의 최고 요리사들도 극찬한 보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년동안 20여종의 체험 상품을 개발했습니다. 증도에 머무는 동안 꼭 한번은 소금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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