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식당·통역·쇼핑시설 등 태부족
기초 인프라 구축 차근차근 나설때

관광산업이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관광 선진국들이 비자 유연화정책 등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1인당 씀씀이면에서도 내국인과 외국인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경제 기여도 높은 외국인 관광객=제주발전연구원이 지난 7월 '제주도 관광통계방법 개선 연구'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비용은 중국권이 127만9263원으로 2006년에 비해 84.8% 증가했다. 영어권은 95만7766원으로 31.9%, 일어권은 211만8651원으로 8.0% 각각 늘었다.

내국인 개별관광객은 지난해 1인당 지출비용이 38만420원으로 조사됐다. 이것도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하면 3년 전보다 오히려 6.9% 감소한 것. 휴양·관람여행객의 지출비용은 40만5110원으로 1.6% 증가하고, 레저스포츠관광객은 40만6466원으로 6.8%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비용은 내국인에 비해 무려 5배 이상 많았다. 국제관광지 제주도가 외국인 관광객을 왜 유치해야 하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불편사항 한 두가지 아니다=제주관광공사는 지난 4~5월 제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 580여명을 대상으로 '2010 골든위크 기간 제주여행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을 끈 바 있다. 이 조사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은 제주여행시 불편사항으로 쇼핑과 언어소통, 대중교통수단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물론 제주향토음식과 술, 한라산·성산일출봉 등에는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제주여행중 불편사항으로 언어소통이 전체의 17.1%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화장실·휴게실 등 편의시설 불결 13.7%, 대중교통수단 불편 10.1%, 쇼핑·관광체험 강요 9.9%, 야간 볼거리·위락시설 부족 6.4%, 안내 및 해설 5.8% 등이었다.

비록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지만 제주의 관광인프라가 형편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부끄러운 국제관광지 인프라=최근들어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전문식당이나 통역, 쇼핑시설 등 기초 인프라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37만8700여명중 중국이나 대만 등 중화권 관광객은 17만7000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에는 63만2000여명 중 34만700여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기초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국인을 위한 제대로 된 음식점 하나 없고 통역·쇼핑시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제주시내 지하상가와 칠성로, 연동상가 등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제대로 쇼핑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쇼핑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중국인을 겨냥한 쇼핑인프라 역시 시급한 해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다행히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미 중국인 관광객들의 먹거리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중국인 전용식당'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언어로 인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관광통역안내사 연결시스템도 운영된다. 제주도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제주 관광통역안내사 260여명을 대상으로 DB를 구축, 외국어 통역이 필요할 때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고보면 현재 국제관광지의 인프라가 얼마나 허술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을 제대로 맞을 준비조차 안한 채 무턱대고 관광객 유치만을 외쳐온 셈이다. 부끄럽기 그지없는 국제관광지의 현주소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게 관광업계의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