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구주택총조사가 시작된 지 며칠후 한 중학교 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잔뜩 화가 난 교사는 "부모님이 인구주택총조사에 참여한 봉사활동 확인서를 학생들이 가져와 봉사활동시간을 올려달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봉사'의 참뜻을 설명해주고 되돌려보냈는데 아예 학교차원에서 문서를 보내고 실적까지 확인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봉사활동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전화를 끊고 인터넷 조사에 참여해 봤다. 10분이 채 되지 않는 조사가 끝나자 '친절하게' 봉사활동 평가까지 적힌 봉사활동 확인서가 발급됐다. 의견에는 '인구주택 총조사를 인터넷으로 직접 참여해 경제적인 총조사에 기여하고 통계조사에 대한 응답필요성과 국가정책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의식 함양'이라고 적혀있었다. 아무리 "인센티브가 있어야 조사에 참여하고 인터넷 조사를 통해 예산 절약을 하겠다"는 취지라지만 이것은 아니다. 국가가 앞장서 거짓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의 자원봉사 인정·보상 프로그램 기준에 따른 시간인증 가이드라인에는 '인증시간을 실제 봉사활동 시간보다 늘리거나 활동시간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봉사활동 실적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며 고입 내신성적과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에 반영된다. 그렇지 않아도 봉사활동 확인서가 부정발급되고 있고 직접 참여하지도 않은 확인서로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부모가 근무하는 기관에서 적당히 이유를 붙여서 확인서만 발급받아 제출하는 일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국가가 거짓 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발상이다. 이런 발상을 한 그 공무원이 혹시 이제까지 자기 자녀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이런 식으로 가짜로 만들어 제출한 것은 아닐까.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기 위해 국가정책으로 이렇게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어려서부터 사회에 봉사활동을 해봄으로써 진정으로 봉사활동이 필요한 구석을 알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나 사회조직이 많다는 것도 알아서 스스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정신을 길러주자는 것이 아닌가. 조사 응답자에게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예산절약을 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한다고 해도 국가가 앞장서서 '거짓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한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공정한 사회, 봉사의 참뜻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걱정이다. <이현숙 경제부 차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