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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명소]이도2동 / 독사천 흐르네
"삭막한 세상에 벽화가 피었어요"
표성준 기자 sjpyo@hallailbo.co.kr
입력 : 2010. 12.11. 00:00:00

▲도시팽창과 주차난, 도로문제, 하천변 가옥침수 등으로 1996년 복개된 제주시 이도2동 독사천 복개지 주변이 최근 아파트 옹벽 등에 독사천을 주제로 한 벽화와 조형물 등이 조성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무색·무취 아파트 옹벽에 타일·옹기 예술작품 연출
전국 10개 마을미술프로젝트중 으뜸… 쉼터 탈바꿈


뉴딜정책으로 1930년대 대공황을 타개한 미국 제32대 대통령 루즈벨트는 예술 분야에도 크게 공헌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공예술프로젝트사업. 공공건물 작품을 설계하는 데 조각가와 미술가를 고용하는 것으로 1934년 당시에만 3750명의 예술가를 고용했다. 1943년까지 계속된 이 사업은 전세계에 몰아친 경제한파에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 예술가를 고용해 그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예술역량까지 높였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이 있다면 두려움 이외에는 없다"는 명언을 남긴 루즈벨트의 업적이다.

대한민국이 루즈벨트가 추진했던 그 사업을 벤치마킹했다. 이름하여 2010마을미술프로젝트사업.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2010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 및 (사)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생활공간 공공미술 가꾸기로도 불린다. 전국 지자체에서 42개 마을이 응모하고 접전 끝에 제주도가 전국 10개 지역에 최종 선정돼 최근 선을 보였다. 제주시 이도2동 독사천 복개지 주변에 조성된 '독사川 흐르네' 현장을 찾았다.

독사천은 도시팽창과 주차난, 도로문제, 하천변 가옥침수 예방을 위해 지난 1996년 복개된 지역으로 8개 서민아파트에 1130세대 4500명이 거주해 이도2동 지역 중 가장 인구가 밀집된 공간으로 손꼽힌다. 특히 아스팔트와 주차장을 낀 20~30년 이상된 아파트단지의 옹벽은 삭막함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황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과거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고 주민들의 휴식처였던 독사천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예술가의 손을 거친 이곳은 지금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이도2동과 제주창작연구소 美는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다양한 소재와 제주만의 특색과 찾고 싶은 지역명소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2010마을미술프로젝트에 공모했다. 아파트옹벽과 주변에 독사천을 주제로 한 조형물과 벽화, 보행로를 조성해 주민들에게 문화쉼터를 제공하고 제주의 하천, 나아가서는 물의 소중함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달 말 준공식을 찾은 이 사업 총괄감독인 김해곤씨와 김춘옥 추진위원장은 전국 10개 사업장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타일벽화 작업을 하는 데 타일 시공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 6명이 직접 3개월에 걸쳐 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보조작가도 6명이 도움을 줬으니 예술가 12명이 만들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옹벽 입구의 조형물인 '독사川 소년상'. 독사천의 시작점에 물고기를 잡으러 나선 소년을 망구조로 만들어 이 곳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소년 옆에는 프로젝트 전체 컨셉인 '독사川 흐르네'라는 글씨가 두드러진다. 제주옹기를 조각내어 글씨모양으로 부착했는데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인 캘리그래피(calligraphy)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

▲벽화가 조성되기 전에는 사진에서 처럼 휑한 옹벽이 삭막하게만 느껴졌다.

아파트 옹벽에는 타일벽화로 '독짓골 벽화'와 '탐라水력도'를 제작했다. 독짓골 벽화는 과거 독사천에서 생활하던 모습을 상상해서 이미지화해 표현했는데 한라산 백록담에서 시작해 오름을 지나 제주전역으로 흐르는 건천의 형상화로 제주 생명수의 중요성을 인식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탐라水력도는 건천의 흐름을 표현하는 데 사람의 인체구조(심장·위·신장의 모양)를 도입해 제주의 상징인 오름을 형상화했다. 타일벽화여서 반영구적이고, 유리와 옹기부조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이 사용됐다. 옹벽 윗쪽에는 물고기모양의 조명을 디자인해 설치한 가로등이 이색적이다.

옹벽 밑 '사유로'는 보행로가 없는 도로에 주민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다닐 수 있는 미술로인데다 생각하는 길이란 뜻도 포함시켰다. 현무암 판석을 바닥에 깔아 비가 와도 미끄럽지 않고 보행감이 좋다. 중간 중간에는 제주석 의자를 배치해 쉬어갈 수도 있다. 소공원 '물팡'에는 제주석으로 '水벤치'를 제작했는데 공원 조경수와 공터를 활용해 주민들이 좀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도2동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단순 벽화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자원을 활용한 예술작품으로 경관을 새롭게 조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시간이 지나면 흉물로 변하는 단순한 벽화가 아니라 비바람에 훼손되지 않아 반영구적인 야외미술관이다.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해 삶의 질까지 향상시켜주는 공공미술이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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