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봉사란 어느덧 삶의 한 부분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길이 봉사활동이었다. 가정형편이 녹록치 않은 탓에 혹시라도 주변에서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비아냥 거릴까봐 움츠려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살기 위해 봉사활동을 해야 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며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봉사회 회원들과 함께 보훈가족들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만들고 있는 정경자(49)씨를 만났다. 이날 그녀를 비롯 평화봉사회 회원 4명은 부지런히 준비한 밑반찬 재료를 다듬으며 밑반찬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적십자봉사회 마크가 새겨진 노란색 앞치마는 물론이고 마치 호텔 주방장이라도 된 듯 머리에는 하얀색 위생모자도 썼다. 힘을 합친 끝에 깻잎무침 등 보훈가족 25명이 1주일을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밑반찬이 준비됐다. 이 밑반찬들은 이날 참전용사 및 미망인 등 보훈가족에 전달됐다. 그녀가 봉사를 시작한 지는 10년전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동문회 봉사모임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러다 6년전 적십자 평화봉사회가 결성되자 이곳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죠. 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고, 한때는 우울증까지 걸리기도 했죠.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제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무슨 봉사냐'고 말할 분들도 있겠지만, 저보다 어려운 이들에게 제가 뭔가 해줄수 있다는 것 때문에 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그녀는 평화봉사회를 통해 적십자 무료급식 봉사, 아가의 집 목욕봉사, 밑반찬 봉사 등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가의 집에서 자주 만났던 지적장애인 소녀가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보고 와락 달려와 안길 때 그녀의 가슴은 뭉클했다고 기억한다. 또 자신의 도움을 받았던 한 이웃이 자신의 손을 맞잡아 줄 때 심장이 뛰었던 것을 되새긴다. 요즘 그녀는 적십자사 제주지부에서 새터민의 멘토 역할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보람되게 지내고 있다. "봉사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내세울 것 하나없는 인생이었죠. 친구들과 만나 이런저런 신세한탄을 하다보면, 친구들이 제가 형편이 어렵긴 하지만 누구 못지않게 가치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다독여주기도 해요." 그녀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에는 작은 플래카드들이 붙어 있다. 아이들이 보내준 어버이 날 기념 편지다. 어머니에 대한 시를 플래카드로 만들어 매년 선물한 것. "저는 대단한 봉사자가 아니에요. 형편도 넉넉하지 않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죠. 하지만 누구나가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으로 남을 돕고 있고, 그 작은 노력을 통해 저 자신의 삶도 되찾을 수 있었죠. 50이 다되가네요. 우리 아이들에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입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예전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제 없는 듯 보였다. 지금의 미소처럼 항상 밝은 미래만이 그녀의 곁에 함께 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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