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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25시]예술에 잠시 걸음을 멈추자
문미숙 기자
입력 : 2010. 12.30. 00:00:00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봐주는 관객만큼 소중한 존재가 또 있을까?

2009년 말 기준 제주도내 문화예술단체는 259곳. 인구대비 전국 최고 수준이다. 말할 것도 없이 연중 무수한 이름의 공연·전시가 이어진다. 하지만 문화예술 애호가들의 저변이 넓지 않아 상업성이 강한 일부 공연을 제외하면 관객동원에 어려움을 겪는다. 전시의 대부분이 입장료가 없고 커피 한 잔 값, 한 끼 식사값 정도면 볼 수 있는 공연도 많지만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문화예술쪽엔 관심이 없다며 담쌓은 이들부터, 먹고살기 바쁜데 뭔 배부른 예술타령이냐고 타박하는 이도 있겠다.

결국 공연 관계자와 선후배 중심으로 행사가 이뤄지면서 자기들끼리의 잔치에 머무는 경우가 적잖다. 공연장이나 전시장에 정작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예술가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지난 8월 취임한 제주문화예술재단 양영흠 이사장은 기업이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메세나운동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우근민 도정 역시 '시민이 향유하는 문화예술'을 위해 제주문화예술재단에 내년 상반기 제주메세나운동본부 설치를 밝혔었다. 하지만 내년 제주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은 단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늘 그렇듯 문화예술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꼴이다.

갈 길 먼 메세나운동에 앞서 도민들이 먼저 예술소비운동의 주체로 나서보는 건 어떨까? 기업이 일정분량의 공연 티켓을 구입해 소외단체에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는 지난 4월 예술소비운동본부를 출범시켜 7월부터 '예술소비운동'을 펼치고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매달 1권 이상의 책 갖기, 1회 이상 공연장과 전시장 찾기 등이 운동의 골자다. 그 결과 기업에서 회식 대신 공연장을 찾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문화예술공간의 문턱을 자주 드나들다 보면 집안에 그림 한 점을 걸어두고픈 욕심도 생기는 법이다.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공연과 전시, 책 속엔 나와 이웃의 이야기가 있고,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있다. 그 익숙한 이야기에 공감하고 박수치다 보면 삶에 찌든 가슴속 응어리가 녹는다.

물론 시민들이 객석을 채우는 것에 그쳐선 안된다. 시간을 내 공연장과 전시장을 찾은 관객과의 즐거운 소통을 위한 수준 높은 무대와 전시로 존재감을 알려나가는 노력은 문화예술인들의 몫이다.

<문미숙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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