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가시리 감귤원에서 만난 새내기 농부 이영종씨가 3개월간 게껍질과 EM을 활용해 만든 농축액 통을 열어보이고 있다. 그는 '즐거운 실험'을 통해 제주에서 부농의 꿈을 일궈가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가시리에서 EM 친환경농업 시작한 새내기 제주 감태·바닷물·키토산 등 발효시켜 농사 부지런한 천성 정직한 ‘제주의 자연’ 빼닮아 50줄을 넘어 제주에 정착한 '새내기 농부' 이영종(53)씨. 그는 흙이 주는 정직함에 귀농을 결심했다며 제주의 땅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2010년을 얼마 남겨둔 지난 22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한 감귤과수원에서 이씨를 만났다.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옷가게를 했고 통신사 대리점도 운영했던 그가 귀농을 결정한 것은 '우연' 그 자체다. 10여년전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에 땅을 사뒀던 것이 인연이 돼 제주에 왔다가 'EM(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미생물군)' 친환경농업의 매력에 푹 빠졌다. 숭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해 서울과 중국, 미국 등지에서 도시인으로 생활하던 그가 제주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남짓이다. 하지만 손가락 마디마디에 박힌 제주 흙의 흔적은 그의 성실함을 대신했다. 감귤원에는 온갖 EM과 관련한 미생물배양기와 보관시설 등이 가득했다. 그는 게와 돼지 등 축산 부산물을 비롯한 제주 감태, 바닷물, 한약 등 갖가지 통을 보여주며 발효과정을 설명했다. "구더기가 생긴다는 것은 발효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다. 게껍질에는 키토산 성분이, 감태와 바닷물에는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당도를 높이는데 좋다. 감귤원 2만1450㎡(6500평)을 임대해 올해 첫 수확했는데 일한 만큼 얻을 수 있는 평범하지만 그동안 쉽게 느끼지 못했던 진리를 알게 됐다." 심지어는 돼지분뇨를 발효한 액을 직접 맛을 보기도 했단다. 사람 몸에 좋은 것은 땅에도 좋다는 것이 그의 농사철학이다. 표선 바다의 해수와 지역에서 나오는 축산 부산물, 하모리 바다에서 건져올린 감태 등. 그에게 있어 친환경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천연비료는 무궁무진하다. "EM환경센터의 이영민(77)선생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귀농 10년차인 충청도 출신 김철주씨도 친환경 농사의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다. 중국에서 고추농사를 지어본 경험은 있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농사법을 배워가고 있다. 나무에 좋고 사람에 좋은, 그리고 작물이 낼 수 있는 최고의 맛을 끌어내는 작업에 매력을 느낀다." 귀농을 하면서 이씨는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있다. 부인 이현숙(53)씨와 2남(한진·한결)1녀(샘)를 가족으로 두고 있지만 현재는 갓 군에서 제대한 큰 아들 한진이와 함께 지내고 있는 기러기 아빠다. 다른 가족들은 2011년 1월초 중국에서 귀국해 제주에 온다고 했다. "농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과의 융화다. 동네사람을 볼 때마다 늘 인사를 한다. 이방인이 농사를 짓고 정착하는데 가장 필요한 첫 관문인 셈이다. 작은 아들과 겨울방학에 지역 아이들을 위한 영어교실도 해 볼 생각이다." 새내기 농부로 어려움도 적지 않다. "살충문제가 가장 어렵다. 농약을 함부로 칠 수 없어 현재 인도에서 수입한 멀구슬나무(Neem Tree)의 열매에서 추출한 님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님오일은 유럽과 일본은 물론 현재 제주에서도 방울토마토와 딸기에 사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 앞으로 농사의 주요 테마는 순환농업이다." 그는 내년엔 고추와 무, 더덕을 친환경 농법으로 제배한다고 했다. 새벽마다 그의 바지런한 걸음은 가볍다. 약속의 땅, 제주에서 그는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정직한 자연을 닮아가고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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