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를 키운 경험을 토대로 재활센터를 운영 중인 최은미씨는 지적장애인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해 레스토랑을 운영했고, 수화를 가르치는 등 새로운 치료 및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1998년 제주 정착… 특수아교실 운영 부모 경제활동 가능토록 돌봄 서비스 "장애인 서빙하는 음식점 다시 열고파"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들은 감기가 잦았다. 생후 100일쯤 되던 날 아이를 업고 소아과를 찾은 엄마에게 의사는 염색체를 검사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됐다. 엄마는 병원에서 집까지 수백m 거리를 어떻게 돌아왔는지 지금도 기억하지 못한다. '심장질환이 있어서… 그래서 숨소리가 그렇게 컸구나… 얼마나 아팠을까…' 기억하는 건 눈물뿐이다. 장애아 엄마가 된 최은미(53)씨는 아이가 여덟 살 되던 해 지적장애인 복지시설로 유명한 경상남도 거제도 애광원을 찾아갔다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발견했다. "애광원 식물원에서 비장애인들에게 커피를 파는 지적장애인들의 모습을 봤는데 그 순간 내 아이가 크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8년 회사원이었던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제주에 정착한 그는 제주시 연동 소재 한 사무실을 임대해 유진특수아교실을 개원했다. "장애아 교육이 가장 열악한 곳 중의 하나가 제주여서 이곳을 선택했지요." 다음해 노형동 소재 현재의 위치로 건물을 신축 이전하고, 또 그 다음해에는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지금까지 지적·자폐성장애인을 대상으로 주·단기 보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남편은 한림읍에 장애아전담 보육시설인 유진어린이집을 맡아서 운영하고, 유진재활센터 일은 그가 도맡아 하고 있다. 아들을 통해 장애인 문제에 눈을 뜬 그는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0월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애인이 서빙하는 식당을 열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경증장애인들을 고용해 한 달간 교육시킨 뒤 투입했다. 장애인을 치료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직업재활모델 레스토랑이다. "2006년 5월 두 가지 일을 하기가 너무 벅차 문을 닫았지요. 오늘도 창고를 정리하다가 그때 사용하던 그릇을 발견했어요. 계속 유지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꼭 다시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에요." 2009년부터는 장애인들에게 수화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비장애인들도 배우기 힘든 수화를 장애인들이 할 수 있을까…' 우려도 있었고 의심도 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화는 손기능 발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장애인 입장에서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말도 대신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지요." 지난해 4월에는 도사회복지협의회가 주관한 한마음대회에 출전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였지만 올해는 가요로 준비하고 있다. 유리상자의 '아름다운 세상'을 선곡했다. 지난해 수상 이후에는 각종 식전행사에 찬조출현을 하고 있을 정도로 실력도 늘었다. 장애인도 수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일치곤 제법 성공한 셈이다. "장애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간보호이고, 어머니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바탕이 되는 것도 주간보호시설뿐"이라는 그는 장애아를 키워본 엄마의 시각에서 계속 재활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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