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경면 금등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팽나무의 모습. /사진=강희만기자 원형 그대로 보존한 마을 돌담길은 나그네 발길 묶어 밀물 때 잠겼다 썰물에 드러내는 '용다리물' 최고 맛 섬을 제외하면 인구수로 볼 때 제주시에서 두번째로 작은 마을. 제주시 한경면 금등리다. 주민 중 초등학생수 4명인데 2명은 사촌이고, 나머지 2명은 형제다. 초미니 마을인지라 위치를 알려줄 때도 판포리와 두모리 사이에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게 존재감이 미약한 마을이지만 색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유일한 여성이장을 배출할 정도로 주민들의 의식수준도 높은 그곳을 찾았다. 금등리는 옛 중국의 초나라와 제나라 사이의 조그마한 등나라 (騰)자를 따서 금등리라 이름붙었다고 한다. 한경면 북서쪽 해안에 자리잡고 있는데 형세가 마치 지네 등과 같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가옥은 지네 발과 같이 비교적 저지대에 산재해 지네골이라고도 했다. 제주도 유기농 선구자인 이곳 토박이 남상진(76)씨가 가장 먼저 소개한 마을 명소는 제주에서 '퐁낭'으로 불리는 팽나무. "만년퐁낭 천년소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퐁낭은 수명이 길지요. 마을을 오래 보존하라는 뜻에서 우리 선조들이 심었다고 들었어요." 마을 곳곳에 퐁낭이 서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가 그의 집 마당에 자란다. 계절탓에 나뭇잎을 모두 떨구긴 했지만 수많은 가지를 뻗은 아름드리 형세가 볼 만하다. 특히 바람이 세찬 곳에 선 퐁낭들은 한결같이 남쪽으로 가지를 뻗었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늙은 퐁낭의 '아우라'에는 그동안 사람들을 해풍으로부터 보호해온 세월이 묻어나는 것만 같다. 퐁낭엔 신이 살아 있다고 믿는 금등리 사람들은 그래서 퐁낭 근처를 지나갈 때 발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금등리 용천수. 용다리물 인근에는 손도수와 비래수라 불리는 용천수도 있다. 손도수(巽道水)는 동쪽에서 온 물이라고 해서 동남방을 뜻하는 '손'자를 썼다고 한다. 마을 서쪽에 있지만 그 근원이 동쪽이어서 그렇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비래수(飛來水)는 어디에서 흘러온지 몰라 날아왔다는 뜻의 '비'자를 붙였다. "제주도 참 이상한 곳이에요. 예전에 용천수 근원을 찾으려고 물줄기를 따라갔다가 금등리 몰왓-수장동-조수리 신동-조수리 한양동-저지 수동-명이동-금악 문도지오름 인근 연못으로 이어진 것을 확인했으니까." 과거 가뭄이 들면 인근 청수와 저지, 낙천, 조수사람들은 물론이고 멀리 한림읍 월림과 상명에서도 소 등에 물통을 지우고 와서 손도수와 비래수물을 길어갔다고 한다. 금등리에서는 마을안길을 유유자적하며 예전 그대로의 돌담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택과 밭이 어우러진 이곳에는 유기농산물 재배농가도 많다. 고춘희 금등리장(57·여) 역시 남상진씨에게 유기농법을 배워 양파 등 밭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마을에선 피를 맑게 하고, 혈압을 떨어뜨려 심장병·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고, 간의 해독작용을 하고, 뛰어난 살균력을 가지고 있다고 금등리 양파를 홍보한다. 작은 마을 금등리가 품고 있는 것들이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