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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명품도시 진단
[교육도시 서귀포 비전과 전략](7·끝)교육도시 색깔있나
"동네가 아이를 키운다"… 교육공동체 결집 절실
입력 : 2011. 04.06. 00:00:00

▲핀란드 헬싱키의 '아난탈로 예술센터'에서 진행중인 미술체험. 핀란드 교육은 오랜 세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오늘날의 모습으로 탄생했다. /사진=한라일보 DB

지역발전 핵심 동력으로 저마다 교육도시·특구 내세워
서귀포시 '나홀로'사업 지양… 교육청 연계 노력 필요

얼마전 서귀포시가 서호·법환동 일대에 들어서는 '제주서귀포혁신도시'이전 공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응답자 890여명중에서 가족과 동반 이주하겠다는 사람은 전체의 24.3%에 그쳤다. 가족 동반 이주를 원하지 않는 이유는 자녀 학업과 배우자 직장 등 크게 두가지였다. 이중 자녀 학업 문제를 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4.4%를 차지했다. 동반 이주를 위해 지원을 원하는 3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주택공급(68%), 우수한 교육환경(39.4%), 편리한 교통시설(26.5%)순으로 많은 답이 나왔다.

▶교육환경 문제로 혁신도시 동반이주 꺼려='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지만, 교육 환경은 중요한 정주 조건중 하나다. 서귀포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종사자 대상 설문에서도 드러났듯이 보다 나은 교육 여건을 좇는 게 현실이다.

이는 비단 서귀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명품 교육도시'나 '교육 특구'란 이름을 달고 교육을 통해 지역을 성장 발전시키려는 청사진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서울 중랑구는 최근 '꿈을 키우는 역동의 교육도시'란 구호를 내걸고 2020년까지 1000억원대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서울대가 위치한 관악구는 대학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한 소외계층 교육격차 해소, 평생교육 확대, 초등학교 영어교육 등 국제화교육 강화, 지역 인재 양성 등을 통한 교육특구 사업 계획을 세웠다. 이들만이 아니라 인재육성과 교육력 향상으로 요약될 수 있는 교육도시 조성은 '표심'을 지키려는 지자체의 단골 공약이자 슬로건으로 통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혁신교육지구 지정은 눈길을 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혁신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벌이는 데 목적을 뒀다. '아이들은 동네가 키운다'는 이야기처럼 혁신교육지구의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까지 광명, 구리, 시흥, 안양, 오산 등 5곳을 혁신교육지구로 지정했다.

▲지금 '명품교육도시 서귀포'에 필요한 것은 교육도시를 통해 어떤 교육모델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사진은 서귀포여중 학생들이 수준별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사진=강희만기자

▶경기도교육청 혁신교육지구 지정 눈길=서귀포시도 교육을 통해 지역을 바꿔보겠다며 '명품교육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명품교육도시' 기반 마련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조성된 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은 5일 현재 5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개인·단체에서 총 404건이 접수된 결과다. 서귀포시는 일찌감치 재단 결성에 필요한 목표액을 넘겼다. 그만큼 각계의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겠다.

하지만 '명품교육도시' 조성은 아직까지 서귀포시의 '나홀로'사업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서귀포시가 현재 벌이고 있는 여러 사업이 공교육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지역사회-학교-가정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교육발전기금 조성에서 드러난 교육에 대한 지역주민의 열망을 현실화하려면 특정 기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경기도교육청의 혁신교육지구 사례를 보자. 지자체는 지역주민의 요구 등을 반영해 교육경비 보조를 확대하는 일을 맡고, 교육청은 지자체와 협의하며 전문성이 필요한 교육과정이나 교원 정책을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즈음 북유럽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제주도교육청에 이어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핀란드, 스웨덴을 방문했다. 주지하듯, 오늘날의 북유럽 교육 환경은 하루 아침에 탄생한 게 아니다. 교육개혁 필요성에 대한 오랜 시간의 합의를 거쳐 이상적으로 꼽히는 교육모델이 만들어졌다.

'명품교육도시'서귀포시에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도시 조성을 통해 어떤 교육모델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교육발전기금 조성은 그에 비하면 손쉬운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끝>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교육도시에 바란다 ] 한국 교육의 오아시스를 꿈꾼다

이 땅의 학부모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다. 비로소 학부모가 된다는 그 설렘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경쟁이라는 혹독한 교육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착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은 시험 한 번 볼 때 마다 조금씩 사그라진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할 텐데 하던 바람은 다른 아이들보다 앞질러 나가야 한다는 이기심으로 변한다. 자신도 모르게 경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이런 막막한 교육현실에서 서귀포시가 '명품교육도시'를 표방하고 나섰다. 명품이라는 어감이 고가품의 물건을 지칭하는 것처럼 보여 조금은 씁쓸하다. 교육이 상품이 되고 아이들이 상품이 되어버린 사회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어쨌든 서귀포시는 인구감소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교육문제에서 찾고 있다. 해마다 제주시내 인문계 고등학교로 빠져나가는 아이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그래서 그 방안도 소수정예 심화학습 특화반, 우수학생 독서·논술과 토론, 영어권 해외연수 등 대학입시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명품의 속 내용이 결국은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지원이다. 경쟁의 대열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애처롭게 보인다. 심화학습 특수반을 만들고 기숙사를 짓는다고 서귀포시가 명품교육도시가 되고 더욱이 인구감소현상이 사라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1년 수능성적 분석결과를 보면 표준점수 상위 20개내 학교들이 대부분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가 차지하고 있다. 이미 고등학교가 서열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경쟁체제 교육현실에선 서귀포시가 제시하는 우수학생지원은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우리 교육현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쟁으로 인한 아이들의 일탈, 성적비관으로 인한 자살, 해마다 늘어나는 학생 우울증 환자 등 우리 교육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교육을 모색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의 자발성을 존중해주고 스스로 배움의 과정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교육을 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서귀포시가 나아가야할 교육도시의 방향은 새로운 교육체계를 꿈꾸는 바로 이들에게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한다. 대안교육을 원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공교육에 의지해야만 하는 많은 학부모들에게 공교육 내에서도 다양한 체험활동과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가는 진정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수한 몇몇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보통의 많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한다. 이에 동의하는 학부모들이 서귀포로 찾아온다면 인구감소의 문제는 자연히 해소 될 것이고 서귀포시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교육의 오아시스가 되리라는 상상을 발칙하게 해본다. <홍현순/참교육제주학부모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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