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귀농보고서
[귀농 이야기](7)45년만에 고향 돌아온 김순홍씨
"옛 고향집에 전입신고 천국 생활"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11. 04.13. 00:00:00
고향의 情…

고향의 情…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45년만인 지난 2009년 고향 가시리에 돌아온 김씨는 "지금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백금탁기자

고향 선·후배 도움 받으며 감귤 농사 시작
귀촌후 잇단 시행착오 삶의 든든한 밑거름

"200여년간 선조와 아버지가 일궜던 땅이다. 버릴 수 없는 터다. 한라봉 묘목을 심으면서 15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일찍 고향에 내려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국내 대기업인 STX 주식회사 포스텍 상무 출신인 김순홍(58)씨. 초등학교 6학년 때 제주시로 이사를 가면서 표선면 가시리를 떠난지 45년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제주서교와 오현중, 오현고를 나온 그는 한양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지난 30여년간 컴퓨터와 관련한 일을 했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그의 말에는 유년의 고향과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난다.

"촌놈이라서 그런지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짓는게 너무 좋다. 서울 동창인 제주출신 김창희 현대건설 대표나 LG이노텍 허영호 대표도 나를 부러워한다. 아침 5시30분부터 새벽 1~2시까지 쉴새 없이 살았던 직장생활과 비교하면 지금은 '천국'이다. 현재 소득이 없을 뿐이지 연봉 수억을 준데도 농부로서 만족한다. 어릴적 이 곳에는 아름드리 팽나무와 왕대밭이 있었다. 모든 게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2009년 10월 귀촌한 그는 지난해 3630㎡ 규모의 가온시설을 만들고 한라봉 묘목 420여주를 심었다. 고향사람들이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고 간간히 선후배끼리 만나 막걸리 잔을 주고 받으며 마음속 깊숙히 간직하던 고향의 의미를 되짚고 있다.

"옛날 아버지가 살던 집으로 전입신고했다. 발 붙일 곳은 마련한 셈이다. 하우스 말고 40여년전 심은 노지감귤 6600㎡ 가량이 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돌보지 못했다. 현재 가온시설을 해야할지 품종개량이나 피복재배를 해야할지 고민중이다. 지금으로선 고향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소를 키우는 선배에 부탁해 짚단 300단을 받았고 돈분도 아는 사람을 통해 구했다. 한라봉 묘목도 5~6곳에서 구할 수 있었다. 모든 게 고향이라 가능했다."

귀촌 결심도 쉽지만은 않았다고 그는 회고했다.

"처음에 아내가 만류했다. 자식들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작고한 아버지 역시 고향을 정리하라는 유언을 남겼었다.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아내도 지금은 이해하고 나중에 이 곳에 와서 함께 농사를 지을 생각이다. 귀촌 전에는 서울에서 말(馬) 관련 교육과 조경교육을 받았다. 나름대로 사전준비를 했지만 가시리에서 가장 많이 하는 농사가 맞을 것 같아 감귤을 선택했다. 차후 물려받은 땅 2~3만평에 나무를 심어볼 생각이다. 수십년이 흘러 나무가 자랄 때쯤에는 누군가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본다"는 그는 "감귤뿐만 아니라 금송도 잘 되고 있다. 작년에 심은 노지체리는 현재 지켜보는 중이다. 블루베리는 가시리 토양에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내년 한라봉을 수확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의 귀촌 도전기는 시작됐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진정한 자유를 고향에서 누리고 있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