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무원 사회에 글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고위공무원 3명이 한 문예지를 통해 한꺼번에 수필가로 등단하더니 올해도 꾸준하다. 그 문예지로 등단을 알린 이들의 직업분포 현황을 조사하면 공무원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다. 언론에 기고하는 공무원도 크게 늘었다. 공교롭게도 정기인사 이후 잠깐 주춤했지만 전과 달리 하위직 공무원 기고를 부서(장) 평가에 반영하기로 지침을 바꾼 뒤 다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 기고는 행정 시책을 홍보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알릴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기고하는 공무원들은 업무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글쓰기가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라면 직업으로서 글을 쓰지도 않는 이들이 기고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기고문 중에는 안 쓴 것만 못한 글이 많다. '글쓰기 생각쓰기'의 저자 윌리엄 진서는 "사람들은 대체로 글을 난삽하게 쓰는 병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즘 기고문 중 상당수는 "불필요한 단어, 반복적인 문장, 과시적인 장식, 무의미한 전문용어 때문에 숨이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그런 기고문을 의뢰하면서 "알아서 고쳐달라"는 요구도 한다. 난삽한 글을 보는 사람은 읽다 말면 그만이지만 고치는 작업은 일종의 고문이라는 것, 해본 사람은 안다. 한 지인이 자신이 쓴 글을 부서장 명의로 기고했다는 '고백'을 해왔다. 그런 편법이 꽤 자주 이뤄진다고 '고발'하는 이도 있었다. 앞서 언급한 문예지의 사례처럼 수의 증가는 질의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글의 생명은 고쳐쓰기라고 했는데 이렇게 남발된 글이 기본을 지킬 리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기고 평가제도 변경 이후 그 수가 늘어나고 질이 떨어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어느 하위직 공무원이 작성한 보도자료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시민을 위한 평생학습강좌를 홍보하는 내용인데 제목이 '서귀포시 곳곳에 생각의 씨앗을 심자'였다. 모두가 이 정도 수준을 갖춰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은 채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에는 '용기'보다 '노출증'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공무원 기고 열풍이 지속되면서도 '공무원 기고 열풍 아쉬움' 따위의 글이야말로 사장되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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