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도바당의 대표메뉴인 한치물회. 냉동이 아닌 생물 한치로 만들어 제주 바다의 맛이 살아있다 /사진=이승철기자 싱싱한 한치에 갖은 야채, 된장 풀어 환상궁합 통째로 쪄낸 먹통한치에 소주 한잔 생각 절로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 해안. 도내 유일의 조약돌 해안으로 바닷물이 한바탕 밀려왔다 나갈 때면 돌구르는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를 연상시킨다. 그 알작지 해안에 위치한 횟집 '내도바당'을 찾은 건 여름이 제철인 한치를 만나기 위해서다.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 한치는 아직 철이 좀 이르다. 하지만 서둘러 한치물회가 맛있는 집을 수소문하던 차에 마침 주인장 김정수(50)·강미애(47)씨 부부로부터 한치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10년 전부터 부부가 꾸려온 식당은 바다가 마당처럼 펼쳐진 곳에 자리잡아 음식보다 바다내음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김정수씨가 수족관에서 갓 잡아올린 한치를 얇게 써는동안 부인 강미애씨는 채소를 준비한다. 미나리와 오이, 부추, 당근, 양파, 풋고추를 채썬다. 준비한 재료를 커다란 양푼에 담은 후 설탕, 고춧가루, 깻가루, 고추장, 참기름과 된장을 풀어 버무린다. 그리고 얼음물을 부어 빙초산으로 마무리하고 큰 대접에 넉넉히 담은 후 한치를 맨 위에 얹어내면 시원한 한치물회가 완성된다. 만드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 10년 경력의 강씨는 양념도 눈대중으로 떠넣는다. ▲물회 재료인 한치가 수족관에 들어찼다(사진 위). 한치를 통째로 삶아낸 먹통한치(가운데) 제주바다의 맛이 싱싱하게 살아있는 한치의 신선도가 더해지며 냉동한치로 만든 물회와는 맛이 확연히 다르다. 역시 음식맛은 손맛과 양념이 더해지기 전에 신선한 재료가 9할이다. 순식간에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비웠더니 주인 내외는 그저 빙그레 웃는다. "여름이면 흔히 찾는 게 한치물회지만 듣던대로 맛이 다르다"고 했더니 "생물 한치만을 고집하는 이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입소문을 타고 여름이면 한치물회 한 사발을 맛보려는 이들이 북적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부부가 연중 빼놓지 않고 손님상에 올리는 반찬으로 유명한 게 있다. 바로 '콩자반'이다. 제주산으로 1년치 분량을 한꺼번에 구입해서 쓴다고 했다. 손수 잡은 '깅이(게)'와 잘게 썬 오징어를 함께 넣어 만든 짭짤한 콩자반은 자연스럽게 입맛을 자극한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여기에다 생미역, 곰삭은 열무김치, 도토리묵 무침이 맛깔스럽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천연재료의 맛을 한껏 살린 자연의 맛이다. ▲내도바당 주인부부가 한치를 건져내고 있다.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만드는 것 이상의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가끔씩 한치물회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손님들이 있어요. 당연히 알려드리죠. 그런데 그 손님들이 다음에 와서는 아무리 해도 우리 식당에서 먹는 한치물회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무더위가 기승이다. 뭘 먹을까? 뱃속은 헛헛한데, 딱히 당기는 게 없고 뭐 좀 시원하고 화끈한 게 없을까 싶을 적엔 쫄깃하면서도 시원한 한치물회 한 사발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잠시나마 저만치 물러갈 것 같다. 내도바당은 내도검문소 오거리에서 바닷가쪽으로 좁은 골목을 따라 약 200m쯤 들어선 해안가에 있다. 한치물회는 1만원, 먹통한치는 한 접시에 3만원이다. 오전 11시~밤 11시 영업. 문의 743-8339.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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