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제주를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만들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이 총동원되고 있다. 도정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국격과 제주의 브랜드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공감대가 공직사회에 형성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 동원 방식이 전대미문의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장르와 형태의 멜로디 또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은 그 자체로 이용자의 취향을 알려준다. 워낙 많은 사람이 이용하니 반대로 '따르릉~' 천연 신호음을 고수하는 것도 그만의 개성이 됐다. 그런데 지난 2월 이후 제주도 공무원의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이 어색한 문법을 구사하는 7대경관 투표 홍보 메시지로 일제히 전환됐다. 이와 함께 각 부서가 경쟁적으로 투표활동에 돌입했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손품을 판 것이라 믿고 싶지만 BSC(성과관리제도)에 반영하겠다는 엄포가 있었던 것을 그들은 안다. 급기야 한 부서에서 하루 수천 건씩의 전화를 걸어 행정기관 한 달 국제전화요금이 1억원을 넘어서자 도지사가 관공서 전화 대신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해 '희생'해달라는 부탁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사무관 이상에게는 개인 휴대전화 투표 실적을 제출하라고 압박해서인지 알 수 없으나 간부공무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소지한 이들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둔 횟수만큼의 전화를 걸어주는 '앱'을 이용해 자동 투표 활동에 돌입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개인의 한 달 휴대전화요금이 약 10만원씩 추가될 정도니 충분히 희생하고 있는 셈이다. 투표 관련 추경예산을 염두에 뒀는지 최근에는 다시 관공서 전화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행정시에서는 매주 투표 실적 1위 부서를 발표하고, 숙달된 공무원은 10초 내외면 한 건의 국제전화 투표를 행사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한 달 사무실 전화요금이 수천원에 그친 어느 규모가 작은 부서 관계자는 요금이 적게 나왔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도지사는 취임 1주년을 맞아 "아이디어가 없다"는 말로 공무원의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으면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게 공무원을 '전화의 달인'으로 등극하게 하고, 자동투표기계로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과 제주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미사여구로 공무원의 창의성을 억제하고 몰개성화로 몰아간 결과를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지 지켜볼 일이다. <표성준 문화체육부 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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