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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신음하는 제주 곶자왈
무차별 개발로 곶자왈 '야금야금'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입력 : 2011. 08.29. 00:00:00
영어교육도시 현장

영어교육도시 현장

▲제주 곶자왈이 각종 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개발로 인해 사라진 곶자왈 면적은 총면적(110㎢·국공유지 40%, 사유지 60%)의 10% 규모다. 사진은 곶자왈 지역에서 진행중인 제주영어교육도시 공사 현장. /사진=강희만기자 photo@ihalla.com

영어도시·신화역사공원·골프장 등으로 파괴 가속
10년새 총면적 10%·7㎢ 사라져… 용천수도 고갈
'한평사기 운동'도 지지부진… 보전관리대책 절실

화산이 남긴 국내 유일의 원시림인 제주 곶자왈이 각종 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곶자왈은 한라산 국립공원을 제외한 전체 임야의 1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북방한계 식물과 난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용암분출로 생긴 곶자왈 지대의 바위틈인 숨골은 비가 오면 천연 물탱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숨골로 들어간 지표수는 제주 전 지역에 용천수로 나타난다. 1970년대 상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당시 도내 마을마다 몇 개씩 되는 우물터, 빨래터에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용천수가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관광개발에 밀려 무분별하게 곶자왈 지역이 개발되면서 용천수가 마르고 중산간지역은 허리가 잘려나가 신음을 하고 있다.

▶사라지는 곶자왈=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각종 개발로 인해 사라진 곶자왈 면적은 7㎢ 정도이다. 이는 곶자왈 총면적(110㎢·국공유지 40%, 사유지 60%)의 10% 규모다.

현재도 도내 곶자왈 지역에 대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하는 영어교육도시와 신화역사공원은 최근 들어 곶자왈 파괴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영어교육도시 등의 명분으로 '생명의 근간'인 곶자왈이 훼손된 것이다. 세인트 포, 라온, 블랙스톤 등 골프장 개발과 대규모 리조트 개발도 곶자왈을 잠식했다.

한라산 중산간 지역인 서귀포시 색달동 일대 133만8000여㎡의 제주롯데관광단지 개발사업도 복병이다.

제주자치도가 이달 감사원의 요구를 수용해 개발사업이 승인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곶자왈을 포함한 대규모의 국공유지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특혜를 준 제주롯데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개발사업시행 승인을 거부키로 결정했으나 앞으로 개발될 소지는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이처럼 관광개발이라는 경제적 가치만을 앞세워 곶자왈 지역을 무차별 개발하다보니 용천수가 고갈되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실제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지질명소인 제주시 수월봉 바닷가에는 사철 용천수가 나왔으나 현재 용천수량은 현저하게 줄어 들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곶자왈 매입 어떻게=제주특별자치도는 곶자왈의 보전 관리를 위해 오는 2016년까지 10개년 계획으로 사유지 곶자왈 66㎢ 중 10%에 해당하는 6.6㎢에 대하여 매입하는데 필요한 예산 약 700억원을 모금하기 위해 '곶자왈 한 평사기 운동'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달 현재 기금 12억6000만원을 모금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곶자왈 매입에 나설 예정이다.

또 산림청은 국비로 지난 2009년부터 오는 2013년까지 5개년 동안 조천 선흘 및 한경 저지·청수 곶자왈을 대상으로 곶자왈 면적 250㏊, 312억5000만원을 투입, 매입할 예정이다. 이달 현재까지 181억원을 투입해 곶자왈 지역 258㏊를 매입했다.

이같은 실적은 당초 계획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곶자왈 공유화사업'은 시작만 요란했지 사업추진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곶자왈 보전 방법=전문가들은 제주도정이 내세운 '선보전 후개발'이라는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대규모 사업으로 훼손되고 있는 곶자왈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보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류성필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은 "곶자왈 보전을 위한 종합적인 기본계획을 우선 수립해야 하고 또 현재 심의보류중인 조례를 수정, 보완해 법과 제도적으로 보호할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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