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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개발20년, 그 현장에 서다
[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10)월림-신평곶자왈
난개발속 '비극의 신화·역사'만 남은 신화역사공원
입력 : 2011. 08.31. 00:00:00

▲신화역사공원으로 파헤쳐진 곶자왈 모습. 제주자치도의 '선보전 후개발'이라는 환경정책이 무색하다. 국제자유도시와 세계환경도시를 추진하면서 벌어지는 곶자왈 파괴는 '모순'을 낳고 있다.

곶자왈 파괴의 원인인 '공유지의 참극'
환경정책 선보전 후개발도 헛구호 우려

8월 27일 한라산 만인보는 서부지역 곶자왈을 찾았다. 월림-신평곶자왈, 최대 개발사업인 신화역사공원과 영어교육도시로 인해 파헤쳐진 곶자왈을 만나기 위해서다. 오설록 녹차박물관을 끼고 있는 남송악(남소리기)에 올라 내려다본 곶자왈의 모습은 참담하다는 말 밖에는 다른 표현 방법이 없었다.

1. 신화역사공원에서 만난 것

안덕면 서광리 일대 462만㎡(140만평)의 곶자왈이 허물어져 내렸다. 도심의 택지개발지역처럼 깎고 쌓아서 여기가 곶자왈지역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군데군데 원형보전지역이라고 남겨놓은 곶자왈숲이 섬처럼 고립되어 있고, 사통팔달로 뻗은 도로와 아스팔트로 포장해버린 거대한 주차장, 아직도 바위를 깨는 날카롭고 둔탁한 중장비 소리…. 길 하나를 사이에 둔 곶자왈 지역과 너무나 대조되는 풍경에 만인보 기행자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사업현장 건물 앞에는 공사과정에서 깨어져 나온 용암석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 중에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용암수형석과 용암종유로 만들어진 기기묘묘한 돌들도 있었다.

더구나 이 돌들을 사업단의 조경석으로 만들어 놓은 모습은 할말을 잃게 만들었다. 용암구의 내부에 시멘트를 발라 그 안에 금붕어를 놓고 키우고 있기도 하였다. 심지어 작은 용암구는 재떨이로 쓰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랑스럽게 깨어진 용암석들을 전시하고 이용하는 모습은 이 공사를 맡은 사람들의 생각이 어떤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송악을 오르는 한라산 만인보 기행 참가자들. 남송악에 오르면 신화역사공원과 영어교육도시로 인해 파헤쳐진 곶자왈을 볼 수 있다.

2. 신화역사는 어디 가고….

제주는 1만8000신들의 고향이라고 한다. 그리이스·로마신화는 따라올 수 없는 다양한 신화와 신화의 주인공들이 있다. 그런 제주의 자존심과 정신을 담겠다고 만든 것이 신화역사공원이다. 이 공사의 발주처인 JDC(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지만 제주도민은 신화역사공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곶자왈이 훼손되는 것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신화역사공원 계획안에는 어떤 곳에도 제주의 신화역사에 대한 내용이 없다. 공사현장 입구에 거대하게 세워진 선전판에는 '워터파크', '리조트', '영화관'이 신화역사공원의 내용으로 그려져 있다. 신화역사는 그 어떤 곳에도 없다. 일반적인 관광단지와 다를 바 없다. 신화역사공원이라는 이름을 걸고 이처럼 대규모 훼손행위를 한 것은 도민을 기만한 것으로 밖에 해석할 방법이 없다.

3. 곶자왈 파괴의 매커니즘

신화역사공원 462만㎡, 영어교육도시 330만㎡(100만평) 등 각각 안덕면 서광리와 대정읍 구억리에 있다. 이 두 곳의 개발과정을 보면 파괴의 매커니즘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곶자왈의 군데군데에는 작은 돌들과 풀들이 자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 지역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소나 말을 방목하는 마을공동목장이 자리잡고 있다. 마을공동목장은 원래는 마을공동의 소유였으나 마을주민들이 이동 등으로 소유주가 한정되어 있다. 현재 소유주는 이후에 자손들이 떠날 경우 이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전에 헐값이라도 개발된다면 팔자는 생각이 강하다. 지금까지 많은 지역의 개발들이 이런 심리와 상황을 잘 이용하였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이 곶자왈 파괴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위험하게 여겨 방지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제주도정이 오히려 이를 이용해서 개발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공사현장에서 나온 용암석에 금붕어를 기르고 있다.

4. 곶자왈에서 벌이는 택지개발사업

신화역사공원을 비롯하여 곶자왈의 대규모 개발사업들은 근본적으로 택지개발사업이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행태도 이에 한치도 엇나감이 없다. 개발사업의 초기에는 여기저기 투자자들과 MOU를 맺었다는 소문들로 떠들썩하지만 현실화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지 MOU를 맺었다는 것만으로 투자유치가 완성된 것처럼 화려하게 자랑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보면 신화역사공원처럼 기존의 관광단지와는 차별화되는 다양한 콘텐츠로 선전하지만 결과를 보면 사업성 있는 골프장이나 골프텔이 들어서고 나면 다른 계획들은 일순간 사라져 버리고 만다. 투자유치라는 것이 그런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대의 수익을 남기는 사업으로 몰릴뿐 천사 같은 투자자는 없다. 그 사이에서 제주의 소중한 자연은 택지개발의 소용돌이에서 깨어지고 부서지고 있다. 신화역사공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사업지를 밀어 붙여 택지를 만들고 주차장과 도로를 만들어 놓았다. 이후에 투자자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파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5. 국제자유도시라는 미몽

사람과 자본, 물류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 국제자유도시. 자본은 최대의 이익을 남기기 위한 목적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는다. 곶자왈도 예외는 아니다. 신화역사공원은 마지막까지 남겨야 할 제주의 자산을 가장 먼저 개발의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자본의 이익 앞에는 그 어떤 미래의 고려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현재 도정이 두가지 양립할 수 없는 비젼을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자유도시와 세계환경수도, 도정은 이 두가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하지만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면서 벌어지는 곶자왈 파괴를 보면서 얼마나 허황된 꿈인지 새삼 실감한다. 현 도정이 내세우는 '선보전 후개발'이라는 환경정책도 실은 여기에서부터 재점검되지 않는다면 한낱 허황된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라일보-천주교생명위원회-참여환경연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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