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퇴근한 뒤 집과 가까운 오름이나 해안가로 운동을 가곤 한다. 가는 길목에는 낚시 관련 물품을 파는 자그마한 상점이 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상점에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은 한 테이블에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무엇인가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담배 연기도 자욱하다. 궁금해 상점 창문으로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한판' 벌어져 있다. 단순히 재미로 하는 게임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수천만원을 놓고 변종 윷놀이 도박을 하는 이들에서부터 사무실에서 앉아 지인들끼리 고스톱판을 벌이는 것까지. 도박이 만연한 사회다. 판돈 규모를 바탕으로 누가봐도 범죄로 보이는 도박판이 있는 반면, 판단하기 '애매한' 것들도 많다. 지인들과 함께 1점당 500원짜리 고스톱판을 벌인 A씨. 재판에서 A씨는 "지인들과 오락삼아 고스톱을 쳤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시 A씨는 무직에 정부보조금 등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점당 500원짜리 고스톱판을 벌인 B씨. 경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B씨 소득에 비춰볼 때 점당 500원의 고스톱을 도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 246조에서는 '재물을 걸고 도박을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에 처한다. 단, 일시적인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의 사례처럼 법원은 당사자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정도, 도박에 건 재물의 크기, 도박시간과 장소 등을 근거로 도박과 오락을 구분하고 있다. 경찰에선 보통 '판돈 10만원 이하와 도박 전과자가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는 단속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은 아니다. 이같은 애매함 때문에 단속에 걸린 사람들 대부분은 '오락으로 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한다. 요즘 방송 개그 코너 중 '애정남'(애매한 것들을 정해주는 남자)이 유행이다. 기자가 애정남이 되어 도박의 기준을 정해볼까. "한 사람당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총 금액은 1만원으로 제한합니다잉. 5명이면 5만원, 10명이면 10만원이 상한이에요잉. 단 10명 이상 참여하면 안돼요잉. 특히 오락이니까 돈을 잃었다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안돼요잉. 단 이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고 경찰출동 안합니다잉, 법으로 정한 것 아니에요잉. 그냥 제 마음이에요잉." <최태경 사회교육부 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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