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출신인 '봉숭아 선생님' 김기윤씨는 17년째 봉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대정읍 보성초 단소 강사이기도 한 그는 학교 봉숭아밭에서 봉숭아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진선희기자 보성초 봉숭아밭서 손톱 물들이기 등 체험 진행 쓰임많은 봉숭아 연구하며 17년째 '특별한 농사' 그의 손톱에 반달이 떴다. 열 손가락마다 봉숭아물을 들였다. 붉게 물든 꽃물은 계절의 변화를 말해주듯 반달 모양이 되어가고 있었다. '봉숭아 선생님' 김기윤(65·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씨. 충북 괴산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년퇴임한 그는 17년째 '봉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제주에서 봉숭아밭을 일굴 생각으로 2008년 7월 대정읍으로 향했다. 당시 보성초 이경수 교감(현재 퇴임)과의 인연이 컸다. 시골학교에 근무할 때 반 아이들의 꽃물을 들여주던 게 봉숭아 농사의 시작이었다. 꽃물이 예쁘게 물들기를 바라며 아이들의 손톱을 실로 친친 싸매주는 동안 저절로 대화가 늘었다. 그뿐인가. 아이들은 그에게 손톱위에 물든 꽃물을 내보이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그 때부터 학교를 옮겨다닐 때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게 그곳에서 봉숭아를 키울 수 있느냐는 거였다. '벽사'의 의미를 담아 물들이던 봉숭아는 그와 아이들이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징표가 됐다. 보성초에도 운동장 뒤편에 661㎡(200평)남짓한 봉숭아밭이 있다. 대정봉, 가파봉, 상모봉, 동일봉, 보성봉, 무릉봉, 영락봉 등 꽃마다 이름이 붙었다. 그의 말로 30종이 넘는다는 '재래종'은 외래종과 달리 대개 이름이 분명치 않다. 그래서 그는 백색, 연보라, 진보라, 겹빨강, 연분홍, 붉은자주,연주황 등 저마다 다른 빛깔 꽃을 피워내는 봉숭아에 대정읍 일대 지명을 딴 푯말을 세웠다. 이즈음 보성초 봉숭아밭에 피어난 꽃들은 지난 8월 태풍이 휩쓸고 간 뒤 모종을 새로 옮겨 심어 자란 것이다. 김씨는 12월 초순까지 피어나는 봉숭아를 수확해 꽃물을 만든다. 봉숭아물은 냉동보관해 사계절 사용할 수 있다. 봉숭아밭 앞에는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체험실습실을 지었다. 봉숭아 체험활동을 특색교육으로 이어온 보성초는 올해 창의·인성교육 모델학교로 선정돼 지난 7월부터 체험 프로그램을 한층 풍성하게 펼치고 있다. 손톱 물들이기, 염색, 꽃따기 등 어린이집과 가족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보성초 방과후강사로 단소도 가르치고 있는 김씨는 스스로를 '봉숭아 물들여주기 일꾼'으로 칭한 적이 있다. 1997년부터 봉숭아 일지를 기록중인 그는 봉숭아물이 나올 때마다 손톱과 발톱을 직접 물들이며 재료 혼합비율, 농도, 수확 시기 등을 점검한다. 꽃물이 필요한 곳에는 보성초등학교장과 어린이회장의 이름으로 소포를 부쳐주고 있다. 여느 농사처럼 봉숭아밭도 거름주고 약치는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다. "늙어 죽을 때까지 봉숭아를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약용, 염색용, 화초용 등 쓰임새가 많다. 그동안 봉숭아 농사 지으며 진행해온 수많은 실험을 누군가 이어서 계속 연구했으면 싶다. 우도의 유채꽃처럼 제주의 어디쯤에 드넓은 봉숭아농원을 만들 수는 없을까."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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