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목서의 꽃(사진왼쪽)과 열매(사진오른쪽). 일본과 한국의 제주도·거문도에서만 분포 동물처럼 암·수의 개체가 따로 성장해 수정 대부분의 식물이 겨울을 준비하며 울긋불긋 마지막 멋을 낼 즈음, 그제야 나뭇잎 아래에서 수줍은 듯 작고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는 나무가 있다. 바로 박달목서다. 이름에서 비춰지는 단단함과는 달리 나무의 모습은 둥글둥글 부드러운 느낌의 아름다운 상록성의 큰키나무이다. 박달목서는 일본과 한국의 거문도, 제주도에만 분포하는 식물로 개체수가 매우 적어 국내에서는 보호야생식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에히메, 오키나와, 오이타 등 몇몇 현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박달목서라는 한국명은 목재가 박달나무처럼 단단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학명은 오스만더스 인술라리스(Osmanthus insularis)로 속명인 'Osmanthus'는 그리스어로 '냄새'를 뜻하는 'osme'와 '꽃'이라는 의미인 'anthos'의 합성어이다. 실제로 목서, 금목서, 구골나무 등 이 속에 포함되는 대부분 식물들의 꽃은 향이 진하고 향기롭다. 'insularis'는 '섬에 자란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박달목서를 처음 기록한 일본인 분류학자(Koidzumi)가 붙인 이름으로 일본남부의 여러 섬에 분포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이름 지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름에 얽힌 사연 외에도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여자나무와 남자나무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식물의 일반적인 꽃은 암·수를 모두 갖는 양성화의 암수한그루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 식물중에는 한그루에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거나, 심지어는 동물처럼 암·수의 개체가 따로 성장하여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박달목서와 더불어 식나무, 예덕나무(복당낭), 먼나무 등도 그러하다. 얼마 전 박달목서를 보러 절부암에 다녀왔다. 절부암(節婦岩)은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전해지는 곳이다. 속사랑이 깊은 제주 여인들은 때론 사랑에 목숨을 걸었다. 이곳 박달목서의 향이 이토록 진한 것은 남편을 기다리다 숨져간 열녀 高氏의 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학박사·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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