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모습은 부모의 모습 잘못했을 때 꾸중보다 사랑 줘야 초등학교 2학년인 큰 딸은 어려서부터 아주 예민한 성격이었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도 우는 때가 있었다. 사실 나는 예전에는 그런 큰 딸의 감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회계사라는 나의 직업은 아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중요시하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은 이런 나의 직업정신과 너무나 달랐다. 비논리적이고 막무가내의 대명사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초보 부모일 때 나는 그런 딸을 엄하게 키워서 성격을 잡으려고 했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지 않도록 고쳐주어야 할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매를 들었다. 그런데 매를 들수록 큰 딸의 예민한 성격은 고쳐지지 않았다. 한 순간은 매가 무서워서 고쳐지는 듯 하지만 몇 시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다. 딸의 예민한 성격은 3명의 동생이 생기면서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예림이도 동생들이 막무가내로 떼 쓰는 것이 싫은지 우리 부모가 예전에 했던 방식으로 동생들의 습관을 고치려고 하고 있었다. 동생들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큰 딸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곤 하였다. 얼마 전에는 큰 딸이 착하게도 동생을 목욕시켜 준다고 들어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이 갑자기 크게 울기 시작했다. 급히 화장실로 가보니 동생은 어딘가에 부딪혀 눈가가 찢어지고 크게 멍이 들어 있었다. 아내는 동생의 모습을 보고 큰 딸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큰 딸은 때리지 않았다며 동생이 먼저 말을 안 들었다고 하였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딸은 다친 동생의 모습에 우리 부부보다 더 무서운 듯 벌벌 떨고 있었다. 나는 부랴부랴 응급실로 가서 X-레이와 CT촬영을 하였다. 다행히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사 말에 안도하였다. 집에 오면서 큰 딸에게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차 안에서 나는 딸 아이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아빠 잘못했어요. 동생들을 때리기 싫은데 화가 나면 왜 손이 올라가는지 모르겠어요. 동생들이 잘못해도 제가 참을게요." 나는 예전에 큰 딸이 잘못할 때마다 엄하게 다스리려고 매를 들었던 기억이 나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금 큰 딸의 모습은 아마 오래 전 내 모습이었을 것이다. 내가 동생을 데리고 집에 돌아오자 큰 딸은 씻지도 못한 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동생을 재우고 나는 거실로 나와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는 큰 딸을 꼭 안아주었다. "아빠가 미안해. 더 사랑해주지 못해서." 오늘 큰 사건이 있었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을 나무라는 대신 한번 더 안아주었다. 그것이 훨씬 효과가 있다는 걸 아는데도 그런 상황에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방법을 하나 추천하자면 감정관리 노트를 쓰는 것이다. 나는 달력에 가족에게 화를 내지 않은 날을 센다. 그 날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날도 많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제목만 보아도 내용을 거의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배우는 것은 감정을 잘 조절하는 아이도 부모의 감정을 보여주는 거울이고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도 부모의 거울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책 제목을 이렇게 바꿔 보았다. 감정에 휘둘리는 부모, 감정을 다스리는 부모. <공인회계사 : @seomcpa, sbse-jejutax.co.kr>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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