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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건강보고서
[제주의 질병 50선](44)백내장
카메라 렌즈 역할하는 수정체 혼탁으로 시력감퇴
입력 : 2011. 11.03. 00:00:00

▲클로드 모네의 '수련과 일본풍의 다리'. 위의 그림은 1897년 모네가 57세에, 아래의 그림은 1923년 83세에 그린 것이다. 위의 그림은 다양하고 섬세한 빛의 계조를 보이지만, 아래의 그림은 거친 붓터치와 다소 붉은 색조의 변화를 보이는데, 이러한 화풍의 변화는 노인성 백내장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퇴행성이 가장 흔한 원인…밝은 곳서 시력감퇴 호소
치료가능한 안질환 인식

# 클로드 모네(1840~1926)는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로 작품에 있어 물체의 본래 색깔을 쓰지 않고,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색조를 직접 눈으로 관찰해 그려낸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모네의 작품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가장 충실하게 표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네는 70세 이후 심한 백내장을 앓게 됐는데, 그는 1922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침침하다. 하늘은 누렇게 보이며, 모든 것이 안개낀 것과 같다.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나는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계속했으나 섬세하고 밝은 화풍은 조금씩 거칠고, 눅눅하고 누런 색채의 변화를 보였으며, 이는 백내장이 환자의 시력과 색감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80세가 넘어 시력감퇴로 인해 원활한 작품활동이 어려워지자 그는 슬픔에 잠겨 작업 중인 그림을 폐기하기도 했다. 백내장으로 인해 그가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백내장

=개울의 물은 투명하지만, 물결이 세지고 거품이 일면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백내장이라는 단어는 원래 폭포수에 생기는 하얀 거품을 뜻한다. 사람의 눈에는 카메라의 렌즈를 담당하는 수정체가 있는데, 여기에는 가느다란 단백질 섬유가 촘촘히 구성돼 투명성을 유지한다. 그렇지만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면 수정체를 구성하는 단백질 섬유가 굳고, 서로 엉겨붙기 시작하는 등의 변성이 진행된다. 그렇게 되면 투명하던 수정체에 혼탁이 생겨 시력감퇴를 유발하는데 이를 백내장이라고 한다.

▲좌측의 사진은 피질 백내장으로 시축의 중심에 발생한 혼탁을 보이고 있다. 우측의 사진은 선천 백내장으로 정확한 백내장의 위치 및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동공을 크게 해주는 산동제를 점안해 산동 검사를 해야 한다.

▲백내장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갈색 양상을 띠게 되며 이정도 백내장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보통 눈 앞에 손가락을 겨우 셀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을 보인다. 우측 사진은 과숙 백내장으로 백내장이 너무 심해 수정체의 단백질이 일부 녹아내려 위쪽으로 하얗게 구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 병원 제공

▶백내장의 원인

=가장 흔한 원인은 나이가 들어 생기는 퇴행성이다. 사람의 피부나 머리카락 등의 조직은 시간에 따라 나이든 세포가 탈락하고, 새로운 세포가 조직을 대체해 신선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수정체에 담겨있는 단백질 섬유는 대체되지 않고, 태어날 때의 세포가 평생 유지되기에 한번 백내장이 진행되면 스스로 회복되는 것은 어렵다.

또 외상 등의 충격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으며, 당뇨나 포도막염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오래 복용할 때에도 백내장이 유발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나 신장 등의 장기이식을 받은 경우 약물치료를 많이 해야되는데, 이러한 경우 젊은 나이에도 백내장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선천성으로 백내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방치하게되면 평생 시력이 제대로 발달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 치료해야 한다.

▶백내장의 증상

▷시력 저하=주맹이라고 하는데 밝은 곳으로 나가면 더 침침하고 시력감퇴를 호소하게 된다.

▷단안복시=보통 복시라고 하면 눈을 떴을 때는 사물이 둘로 보이다가, 한 눈을 감게되면 그러한 현상이 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백내장의 혼탁으로 인한 단안복시는 한쪽 눈만 뜨고 봐도 사물이 뿌옇게 보이거나, 2~3개로 겹쳐보이는 증상을 의미한다.

▷수정체성 근시=나이가 들게 되면 누구나 노안이 오기 때문에 근시가 아닌 이상 가까운 것을 볼 때 돋보기가 필요하게 된다. 그렇지만 핵성 백내장이 발생하는 경우 수정체가 불룩하게 두꺼워지기 때문에 약간의 근시성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처음에는 돋보기를 안끼고도 책을 보거나 바느질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젊어진 것 같다고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도 백내장이 진행되면 역시 시력 감퇴를 피할 수 없다.

▶백내장의 대처방안

=현재 백내장 수술의 근간은 수술적 방법이다. 백내장 수술기법은 최근 30년 사이에 비약적인 발전을 했으며, 과거에는 10㎜이상 절개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보통 2㎜ 정도만 절개해 초음파를 사용, 백내장을 제거한다.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으로 수술을 마무리하게 된다.

아직까지는 수술적으로 절개를 전혀 하지 않고 백내장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레이저를 사용해 백내장을 잘게 조각내는 방법이 일부에서 실험적으로 보고된 바 있다. 다만 백내장 수술 후에 후발 백내장이라고 해 수정체낭에 다시 혼탁이 발생하는 경우가 5% 가량 발생하게 된다. 이는 레이저를 이용해 간단하게 수술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각종 비타민이나 항산화제 등의 약물치료가 시도되고 있으나 사람에게 백내장이 발생하는 기간이 아주 길고, 변수가 많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없는 실정이다. 다만,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어 외출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도 백내장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흡연이 백내장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 Q & A ]

1. 백내장 수술은 어떻게 하나?

=백내장 수술은 검은 동자의 가장자리에 2㎜가량의 작은 절개를 한 다음, 그 안에 점탄물질이라는 것을 넣어 수술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조직 손상을 예방한다. 그 다음 초음파 바늘을 집어 넣어 초음파를 사용해 백내장을 제거하게 된다. 이어 백내장이 제거된 자리에 남은 수정체 낭(주머니)에 인공수정체를 넣게 되면, 안구 내에서 인공수정체가 펴지면서 수정체 낭에 자리잡게 된다. 그 후 점탄물질을 제거하고, 절개부위로 방수가 새지 않는지 확인하고 수술을 끝낸다.

2. 반드시 입원해야 하나?

=80년대에는 백내장 수술 후 1주일 가량 입원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아침에 입원해 수술을 받고, 오후에 퇴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백내장이 심한 경우나 수술 위험성이 큰 경우, 혈당이나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 후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3. 마취는 어떻게 하고 위험성은 없나?

=현재는 대부분 점안 마취, 즉 마취안약을 수술전에 눈에 점안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지만 수술할 때 협조가 안되거나, 어린 아이인 경우 전신마취가 필요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수면마취를 하기도 한다. 일부의 경우에는 구후마취라고 해 눈에 마취주사를 맞고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구후마취의 경우 통증 조절 효과는 우수하지만 드물게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의 의견/정진호 안과학교실] "수술시기 의사와 논의를"

백내장은 50대 이전에 발생하는 일이 드물지만, 70대가 넘어가게 되면 대부분 백내장이 조금씩은 생기게 된다. 백내장이 생기면 빛의 산란을 유발하기 때문에 당장의 시력 저하는 심하지 않더라도 야간 운전시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치면 심한 눈부심을 느낄 수 있다. 어스름한 거리에서 보행자 발견이 정상인보다 한단계 늦는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백내장 수술의 시기에 대해서는 환자가 침침함을 심하게 느끼거나, 교정시력이 0.4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대부분 수술을 하게 된다. 백내장이 심하지 않더라도 백내장의 위치에 따라 수정체 한가운데에 발생한 경우 시력 감퇴에 의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안압상승을 유발하거나 백내장이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백내장은 서서히 진행하는 병이기에 급하게 수술할 필요는 없다. 수술 시기는 상황에 따라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수술 당일에는 너무 긴장하지 말고, 잘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의료진을 믿고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국소마취, 점안 마취로 수술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금식은 필요하지 않으나 식사는 평소보다 약간 조금 하고 기다리면 된다. 수술 후에는 안대를 한 상태를 유지하고, 잘 때 안대부위가 눌리지 않도록 한다.

수술 다음 날에는 붓기가 남아 있기에 약간 덜 보일 수 있으나 대부분 1주일 이내에 시력이 개선된다. 처음에는 절개부위가 불안정할 수 있으므로 1~2주 가량은 눈을 비비는 행동이나 목욕 및 사우나는 자제해야 하고, 안약은 3~4주 가량은 계속 점안해야 하며 수술 후 한 달 정도는 심한 운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부분은 백내장 수술 후 시력 개선이 잘 이뤄지지만 백내장이 생기기 전부터 이미 시력이 좋지 않았거나 망막질환이 있는 경우, 각막의 상태가 좋지 않은 때에는 수술후 시력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다. 요즘은 빈도가 줄었으나 백내장 수술 후 1000명당 1~2명 꼴로 수술한 눈에 세균 감염이 심하게 생기는 안내염이 발생할 수 있다. 안내염이 생기면 시력이 떨어지고, 충혈이 심해지며, 눈물이 나고, 눈에 통증이 발생하며, 최악의 경우 실명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므로 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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