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황우지 해안에서 만난 풍경들. 외돌개 옆 숨은 명소인 황우지 해안은 빼어난 일몰 경관을 간직한 곳으로 외지인에게 더 많이 알려져있다. /사진=이현숙기자 천혜의 선녀탕 등 제주사람보다 이방인이 더 찾아 10m 남짓 '황우지 12동굴'엔 아픈 역사 고스란히 서귀포시 칠십리 해안은 저마다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지만 제주도민보다 이방인들이 찬사를 보내는 해안이 있다. '외돌개'는 이미 잘 알려진 관광명소지만, 바로 옆 '황우지 해안'은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빼어난 경치와 역사적인 아픔 또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 29일 찾은 서귀포시 천지동 '황우지 해안'. 여행객들은 눈앞에 펼쳐진 비경에 넋을 잃고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황우지 해안'은 높이 20m·둘레 10m의 기암절벽인 외돌개 동쪽에 위치해 있다. '황우지'라는 지명은 서귀포시 지명유래집을 찾아보니 '이곳의 지형이 황우도강(黃牛渡江)형 이라 하여 황우지라 부르게 되었다'고 나와있다. 이곳은 제주올레 7코스 시작점이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곳은 '황우지 12동굴'로 알려져 있다. 해안에 진지동굴이 줄줄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현숙기자 마을 사람들에게 이곳은 '황우지 12동굴'로 알려져 있다. 해안에 진지동굴이 줄줄이 있기 때문이다. 동굴은 높이와 폭이 약 3m, 깊이가 10여m 남짓 된다. 이것이 12개나 뚫려 있는 것이다. 이는 일본군이 태평양전쟁 말기에 미군의 상륙에 대비해 뚫은 것으로 폭탄을 실은 소형 어뢰정에 몸을 싣고 함정에 부딪혀 적과 함께 자폭하도록 하는 일명 '가이텐(回天) 자살특공대'작전진지로 어린병사들과 소형 어뢰정을 숨겨뒀던 곳이다. 다시한번 일본을 뒤돌아보게 하는 아픔이 묻어있는 곳이다. 또 하나의 아픈 역사는 간첩선이 침투했던 곳이다. 분단의 아픔의 장소인 셈이다. 얼마나 밀폐된 외진 곳이었으면 40여년전 간첩선이 이곳으로 침투했을까.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이곳에 서면 누구든지 물빛과 하늘빛에 무장해제되고 말 것 같다. 하지만 서귀포시에 뿌리를 내린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곳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진입로가 따로 없고 바로 옆에 외돌개라는 걸출한 관광지가 버티고 있는 탓인지라 묻히기 십상이다. ▲서귀포시 황우지 해안에서 만난 풍경들. 외돌개 옆 숨은 명소인 황우지 해안은 빼어난 일몰 경관을 간직한 곳으로 외지인에게 더 많이 알려져있다. ▲황우지 해안에 있는 전적비. 그 뒤로 새연교가 멀리 보인다./사진=이현숙기자 ▲옥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황우지해안 선녀탕./사진=이현숙기자 제주에서 가장 짙은 옥빛 바다를 간직하고 있는 이곳, 잠시 넋놓고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발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어느새 서쪽 해안으로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 얼마남지 않은 올해 일몰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잠시 넋놓고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발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어느새 서쪽 해안으로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 얼마남지 않은 올해 일몰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사진=이현숙기자 외돌개 주차장 맞은편 오솔길로 내려가다 보면 황우지 해안 전적비와 함께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마치 '비밀의 계단'같다. 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황우지 해안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비문에는 '지난 1968년 북한군이 남파간첩을 북한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침투하던 중 서귀포경찰서와 군의 합동작전으로 황우지 해안에서 6시간 동안의 치열한 전투 끝에 섬멸됐다. 지난 2005년 6월에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세웠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전적비 옆으로 오른쪽에 길을 따라 내려가면 우두암, 선녀바위 등 절벽과 바다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중년을 훌쩍 넘긴 마을주민들은 "이곳은 사방이 갯바위로 둘러싸여 '선녀탕'이라고 불리는데 어린시절 동네 아이들의 수영장이었다"고 말했다. 진짜 천연 수영장같은 모양이다. 수영장에서 눈을 들어 보면 동쪽에는 새연교와 문섬이 보인다. 멀리서 보는 새연교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외돌개와 '황우지 해안'을 잇는 구간은 데이트 코스로 손색이 없다. 언덕마다 나란히 앉은 '짝'들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만난 관광객 강모(37·인천시)씨는 "제주 어느곳 해안보다 아름다운 풍광인 것 같다"며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정말 놓치면 안될 풍경"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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