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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랑 프로젝트 '4분의 기적'](2)심폐소생술의 중요성
이들의 운명을 갈라 놓은 것은?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입력 : 2012. 01.18. 00:00:00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고 9년 넘게 투병해 온 임수혁 선수가 지난 2010년 2월 숨졌다(사진 왼쪽). 지난해 말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특별공로상을 받은 김장열 제주FC 트레이너와 신영록 선수(사진 오른쪽).

한라일보사·제주도소방방재본부 공동기획
임수혁현장서 응급조치 늦어 식물인간으로 살다 숨져
신영록사고직후 심폐소생술 등 신속한 조치로 회생

기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제주유나이티드 FC의 신영록 선수. 전문가들은 그를 살린 것이 故 임수혁 선수와 故 최요삼 선수의 희생이라고들 한다. 신 선수가 경기장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졌을 당시 곧바로 심폐소생술이 실시되는 등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비운의 사나이 임수혁=지난 2000년 4월 잠실야구장. 롯데와 LG의 정규 레이스 경기에서 롯데의 임수혁은 2회 2사 후 5번 지명타자로 타석에 나섰다. 유격수 실책으로 1루에 진루한 그는 후속타자 안타로 2루에 간 뒤 7번 타자 조성환 타석 때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

당시 경기장에는 심장마비를 대비한 시설은 물론 구급차조차 없었다. 임수혁의 갑작스런 사고에 당황한 주위 사람들은 고작 들것에 그를 눕히고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 외에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한참이 흐른 뒤에야 구급차를 이용해 임수혁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후송 도중 호흡과 맥박이 일시정지됐다. 전기충격으로 응급조치를 받고 호흡과 맥박을 되찾기는 했지만, 사고 직후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그는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오래도록 병상에 의지해야 했다. 결국 그는 그토록 깨어나기를 바라던 가족과 동료, 팬들을 뒤로 한 채 지난 2010년 2월 쓰러진 지 9년 10개월만에 눈을 감았다.

▶기적의 아이콘 신영록=지난해 5월8일 제주종합경기장. K리그 홈경기에서 신영록 선수는 후반 37분 교체 투입됐다가 경기 종료 직전 운동장에 쓰러졌다. 의학계에서는 그에게 심장맥박이 어느 순간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숨어 있다 과도하게 땀을 흘리는 전해질 이상 등으로 인해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영록은 쓰러지자마자 현장에 대기하던 간호사와 팀 운영요원에 의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구급차에 태워져 7분만에 제주한라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심장마비로 뇌 혈액 순환이 일시적으로 멈췄지만 신속한 응급처치로 뇌 손상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한라병원 관계자는 "신영록 선수는 초기 심폐소생술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회복이 어려웠던 임수혁 선수와는 경우가 다르다"며 "신 선수는 오후 4시55분에 쓰러진 직후 심폐소생술이 이뤄졌고, 제세동 역시 3분 이내에 시행돼 초기 응급조치가 빨리 돼 운이 좋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발생 50일만에 의식을 회복했고 132일만에 퇴원, 현재 자택에 머물며 서울삼성병원을 오가며 재활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새 희망으로=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신영록 선수를 2012년 심장살리기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지만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의 도움으로 살아나 국민들에게 '기적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소생의 희망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또 응급의료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포상도 했는데, 개인부문 포상에 신 선수 사고 직후 기도 확보를 실시한 안재훈 대구 FC 선수와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제주유나이티드 김장열 트레이너가 포함됐다.

김장열 트레이너는 "최요삼 선수와 임수혁 선수가 신영록을 살렸다"며 "두 선수가 경기중 변을 당하면서 경기장 응급처치의 중요성이 부각된 덕을 신영록이 본 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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