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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시대 FTA파고를 넘는다
[개방시대 FTA파고를 넘는다](3)참다래농 고봉주씨
고품질 독자브랜드로 외국산에 도전장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2. 01.19. 00:00:00

▲한·칠레FTA 체결 이후 폐업권장 품목이던 참다래에서 새로운 희망을 일궈낸 제주시 화북동 고봉주씨. /사진=강희만기자 hmkang@ihalla.com

한·칠레FTA 체결후 폐업권장 품목에서 희망 일궈
전략작목 육성위해 생산자단체 설립 품질관리
중동지역 수출도 추진… 홍보마케팅 최대 난제

'참다래'라면 많은 이들이 뉴질랜드산을 떠올린다. 국내 키위시장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니 무리는 아니다. 이런 여건에서도 당당히 수입산에 도전장을 내밀어 연간 억대의 조수입을 올리는 농가가 있다. 바로 고봉주(53·제주시 화북1동)씨다.

16일 제주시 도련1동 작업장에서 만난 고씨는 서울 양재동농협유통센터로 보낼 참다래 '한라골드' 선별·포장작업에 한창이었다. 지난해 10~11월에 수확을 마친 참다래는 이달 말까지 매일 출하가 이뤄진다.

2004년 한·칠레FTA가 발효될 당시만 해도 정부에서 폐업을 권장할 정도로 전망이 없다던 참다래 농사를 25년 이상 짓고 있는 고씨의 농업철학은 늘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1985년 농과대학을 졸업한 고씨가 참다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수입개방시대 외국산과 경쟁할 수 있는 작목으로 감귤보다 유리하리란 판단에서였다. 참다래 연구기관을 찾아다니며 재배기술을 익혀 소규모로 짓던 감귤을 과감히 참다래로 전환했고, 초반 노지재배에서 무가온 시설재배로 바꿨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현재 6600㎡에서 유기농으로 '헤이웨드(그린키위)'와 농촌진흥청에서 외국품종의 로열티 문제를 해결하고자 신품종으로 개발한 '한라골드'를 3300㎡에서 재배해 2년 전부터 출하하고 있다.

2008년엔 한라골드를 전략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150농가가 뭉쳐 생산자단체인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도 설립해 대표를 맡아 공동선별과 공동계산제 실천은 물론 독자브랜드 '키위랑'을 만드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쏟아왔다. 영세농들이 아무리 좋은 상품을 생산한다고 해도 개별적으로 국내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뉴질랜드 '제스프리'와 경쟁하기란 어려운 노릇이었다. 2009년부터는 철저한 선별과정을 거친 한라골드를 제주농협연합사업단을 통해 수도권 농협유통센터로 납품하고 있다. 지금도 생산량의 절반을 농협연합사업단을 통해 판매하면서 판로난을 덜고 있다.

판매처 다양화를 위해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에선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첫 수출지역인 중동을 겨냥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중이다.

각종 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한 과일로 잘 알려진 참다래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2010년 제주대학교 바이오텍과 MOU를 체결, 한라골드를 원료로 한'키위비타C'를 개발 선보였고, 제주테크노파크에서 개발을 마친 220㎖ 키위음료도 곧 시장에 나온다.

잇단 FTA 발효는 고씨에게도 최대의 고민거리다. 한·EU에 이어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국내산과 출하시기가 겹쳐 타격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그는 참다래도 생산과잉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을 수 있는만큼 다품종시대 품종 선택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참다래 농가들의 기술은 일정궤도에 올라있지만 애써 농사지어봤자 안정적인 판로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규모화·품질 균일화로 시장교섭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고씨. 그의 참다래에 대한 열정은 철저하게 소비자가 원하는 참다래 생산이라는 기본원칙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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