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고생하며 세운 학교 문 닫아 페교 기준 완화 등 방안 마련해야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주민들은 지난 1960년대 말 절간 고구마를 팔아 돈을 모으고, 마을 출신 재일동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돈이 모이자 마을 한복판에 있는 밭 3000평을 사들였다. 질퍽거리는 땅을 다지기 위해 한 집에 5평씩 자갈을 실어다 땅을 메웠다. 고된 일이었지만 주민들은 힘든 줄 몰랐다. 이곳에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들어설 것이기 때문이었다. 1970년 영락초등학교가 개교하던 날 마을은 잔치를 열었다. 농촌이 어려워지면서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난 뒤 아이들 수도 줄어들었다. 학교는 개교 25년 만에 문을 닫았다. 마을 주민들의 안타까움은 컸지만 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지금 학교가 있던 자리는 제주도교육청 소유가 됐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와 청수리에도 마을주민들이 세운 학교가 있었다. 이들 두 학교는 4·3때 마을과 함께 불타고 말았다. 주민들은 마을을 다시 건설하면서 마을 경계에 저청초등학교를 세웠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과수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 주민들이 근처의 땅을 사 학교에 기증했다. 지금 과수원은 폐원되고, 땅은 교육청 소유가 됐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2리 가마초등학교도 주민들이 땅을 내어놓아 세운 학교다. 현재 이 학교는 폐교 위기에 몰렸다. 학교가 문을 닫고 나면 주민들은 정신적 중심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땅도 잃어버릴 판이다. 김종관 이장은 "학교 설립 당시 경사진 땅을 고르기 위해 흙짐을 져 날랐던 어르신들이 살아 계셔서 폐교 이후 이 분들이 느낄 서운함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유난히 교육열이 높은 제주에서는 읍면지역 마을의 초등학교가 대부분 주민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땅을 내놓거나 돈을 모아 세운 학교들이다. 도내에서는 1988년 이후 교육청의 기준을 채우지 못한 28개교가 폐교됐다. 주민들의 기부로 교육청 소유가 된 학교 부지는 다시 마을로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는다. 영락리 이장을 지낸 김영수(74세)씨는 "학교를 세울 때 온 마을사람들이 고생했지만 어느 누구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마을의 중심인 학교가 없어진 것만도 속이 상한데 학교를 없앴으면 땅이라도 마을로 돌려줘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폐교재산을 지역주민의 소득증대 시설로 무상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 입법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마을주민들의 기부로 설립된 학교의 경우 '무상사용'이 아니라 소유권이 마을로 이전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보다 더욱 우선해야 하는 것은 폐교 기준을 완화하고 농촌을 살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주민들의 교육열 만큼이나 폐교 자체로 인한 마을의 상처는 크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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