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이 직접 나서 강정마을 지켜야 며칠 전 찾은 강정포구에는 비가 내리고 바람마저 세차게 불고 있었다. 맞은편 한라산 아랫자락으로 펼쳐진 구럼비 해안의 바위는 범섬을 마주한 채 말없이 누워 있었다. 해변을 따라 1.2㎞ 길이의 한 덩이 '용암단괴'인 구럼비 바위는 언제 보아도 그 자체만으로 경탄을 자아낸다.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구럼비 바위가 그렇듯이, 바위가 품고 있는 온갖 생명체들 또한 천연기념물이거나 멸종위기 희귀생물종들이다. 이미 화약을 장전할 구멍들이 곳곳에 뚫렸고 바위 위에는 트라이포트가 대량 얹혀 있다. 해안 동쪽의 바위 일부는 길을 내느라 오래 전에 짓뭉개졌다. 정부의 공사 강행 방침, 제주도의 재검증 요구에 이은 국방부의 즉각 거부, 경찰의 화약사용 승인, 발파 착수로 수 만년 강정을 지켜온 구럼비 바위는 언제 운명이 다 할지 모르는 상태다. "왜 해군기지가 평화의 섬인 제주도에 건설돼야 하는가" "왜 하필 환경생태의 보고인 강정인가" 하는 질문은 여전하지만 이에 대한 답은 없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전제로 규정을 지키라는 제주도와, 시뮬레이션 검증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대립이 있을 뿐이다. ▲강정마을 관광미항 공사 현장. 이 뿐이 아니다. 해군기지 사업은 부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절대보전지역 해제, 반대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에 대한 폭력적 대응과 불법 연행에 이르기까지 비민주와 불법이 판을 쳤다. 법이든, 규정이든, 협약이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약속이다. 이 약속을 정부가 깬다면 정부 스스로 사회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것이다. 정부의 규정 위반 행위를 제주도가 막아낼 방법은 있다. 공유수면에 대한 관리권자로서 도지사가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이를 해군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유수면 매립면허 직권 취소도 가능하다. 또 하나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 결정이다. 법이 정하고 있는 사유가 없는 데도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한 것은 위법이라면서 제기한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이고, 도의회도 해제 동의 결정을 취소했다. 그 상대가 누구든 불법적 행태에 제동을 거는 것은 법에 따라 도정을 집행하는 도지사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의무다. 당당하게 그 책임을 다 하는 도지사의 뒤에는 도민이 버티고 있다. 도민의 행복이야말로 최고의 안보다. 오늘 이 시간에도 구럼비 바위는 43톤의 폭약 앞에 떨고 있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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