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하가리는 제주 돌담의 원형이 가장 잘 남아있는 마을이다. 거기엔 소중한 제주문화자원을 지켜가려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함께 녹아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photo6n6@ihalla.com 거친 바람 견뎌낸 제주인 삶의 지혜 담긴 문화자원 개발로 자취 감추는 돌담 원형 지키기 주민 한마음 걷기여행 바람을 몰고 온 제주 올레.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 그리고 그 올레길 양쪽엔 검은 현무암으로 돌담을 어른 키높이만큼 쌓아올렸다. 하지만 개발 바람속에 마을마다 널따란 도로가 뚫렸고 제주 돌담도 차츰 허물렸다. 그렇게 좁고 구불구불한 정겨운 올레길과 돌담길은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추억속 풍경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쌩쌩 내달리는 자동차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이즈음이지만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제주 올레길은 물론이고 현무암을 쌓아올린 돌담의 원형이 가장 잘 남아있어 문화재청에서 수 년 전 하가리 돌담길을 문화재로 등록하려고 했을 정도다. 하가리민회관에서 마을 안길로 발걸음을 들여놓자마자 낯선 탐방객을 맞이하는 건 온통 돌담길 천지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다. 부드러운 곡선미가 일품인 돌담은 집과 집, 집과 밭을 경계짓고 때론 집 울타리 역할을 한다. 행여 도둑이 들지나 않을까, 사생활이 주변에 노출되는 게 마땅찮아 높다랗게 시멘트벽을 쌓아 이웃과 단절된 도심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다. 돌담은 엉성하게 쌓은 듯 보이지만 돌과 돌 사이 틈으로 거센 바람이 지나가도록 해 태풍에도 끄떡없다. 제주인들의 지혜의 산물이자 삶의 자취인 셈이다. 초가 지붕이 지붕개량사업 등으로 대부분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긴 했지만 올레길의 돌담만큼은 예전 모습이 거의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을 주민들은 돌담길의 원형을 지켜가기 위해 집은 신·개축해도 집 울타리만큼은 시멘트벽이 아닌 돌담을 고집한다. 문화재청이 돌담을 문화재로 지정하려 했을 때 반대했던 주민들이지만 스스로 옛 담장복원사업을 구상하고 시멘트 등 변형된 담장을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헐어내 옛 돌담으로 복원하는 놀라운 열정을 보여주었다. 제주돌담마을의 원형을 지켜가려는 바탕엔 토박이 주민은 물론이고 마을에 정착한 외지인들의 공감대가 깔려있었음은 물론이다. 하가리에선 바람많은 섬에서 지혜로운 건축기술을 드러내보이는 제주 초가의 원형도 여느 마을보다 잘 남아있어 제주도 민속자료 제3-8호로 지정된 초가가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마을내 낡은 초가를 마을 자체예산 3500만원에 사들이는 등 제주 초가 지키기에도 공들이고 있다. 하가리 마을 취락지에 있는 돌담길을 죽 이으면 20㎞는 족히 된다. 마을의 돌문화자원이 더욱 빛을 발하는 건 제주만의 소중한 돌담의 가치를 주민들 스스로가 지켜가려는 애정이 보태져서이리라. 180여세대 500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모여사는 하가리는 학생수 감소로 폐교위기에 몰렸던 더럭분교장을 살리는 데도 주민들이 똘똘 뭉쳐 또 한 번 화제를 뿌렸다. 나날이 줄어드는 학생수를 보다 못한 장봉길 이장과 주민들이 마을 임야를 판 돈으로 연립주택을 지어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자를 모집했고, 결과는 성공적으로 학생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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