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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3주년 특집]제주 고분양가 논란 해법 없나
10년새 두 배 껑충… 아파트 분양가 과다한 거품 우려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2. 04.22. 22:00:00

▲지난해 11월 분양된 제주시 아라동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 몰린 사람들 /사진=한라일보 DB

침체된 다른지역 상황과는 달리 나홀로 봄바람
투기세력 가세… 최근 분양된 아파트 절반 전매
"시행사, 적정이윤 추구로 지역사회와 함께 해야"


제주에서는 이 달 3.3㎡당 평균분양가 902만원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바로 제주시 노형2도시개발지구에 들어설 현대산업개발의 노형2차아이파크로 도내 아파트 분양가로는 역대 최고가이자 처음으로 900만원을 넘어섰다.

3.3㎡당 아파트 분양가가 900만원을 넘어 1000만원대를 바라보면서 고분양가 논란과 함께 아파트 가격에 낀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3㎡당 1000만원을 바라보는 아파트값은 비단 신규 분양 아파트만이 아니라 기존에 들어선 아파트 거래가격도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제주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분양가 낮추기 경쟁을 벌이는 서울 등 수도권과는 달리 나홀로 호조를 보이며 과다 거품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1~2년새 분양된 아파트의 전망좋은 고층의 경우 3000만원이 넘는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거래가 이뤄지면서 제주에서도 '아파트 당첨=로또'라는 공식이 등장했다

▶아파트 분양가 추이=제주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10년 전과 비교해 2배정도 급등했다.

최근 10년동안 제주시의 아파트 분양가를 보면 2000년 연동 대림2차아파트(115㎡) 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38만원이었다. 이어 2003년 제주시 도남동 e-편한세상(112㎡)과 노형동 뜨란채(109㎡)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각각 468만원, 470만원으로 값이 뛰었다.

도내 단지형 아파트 건설은 5년정도 주춤거리다 2009년부터 다시 이어지면서 분양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당시 고분양가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은 2009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분양한 하귀휴먼시아다. 휴먼시아의 평균분양가는 3.3㎡당 559만원으로, 서민의 주거안정을 꾀해야 할 LH가 공익성보다는 수익성에 치중해 서민을 상대로 집장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셌다.

이어 2009년 이도한일베라체 분양가는 3.3㎡당 702만원, 2010년 아라스위첸 720만원, 지난해 11월 분양한 아라아이파크의 분양가는 730만원으로 수직상승세를 달렸다.

▶분양가격에 과다 거품="최근 제주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거품이 과다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제주의 분양 열기를 틈타 과다한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적정 이윤을 얻는 선에서 아파트를 분양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도내 건설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도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분양가는 국내 중대형 건설사의 분양가 책정액에 거품이 끼었다는 도민사회의 공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택지비 등에 차이가 있지만 제주의 아파트 분양가는 다른 지역에 견줘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2월과 지난해 12월 각각 분양한 경남 김해시의 아이파크와 푸르지오의 3.3㎡당 분양가는 각각 757만원, 853만원이었다. 2월 분양한 충남 세종시의 휴플러스 분양가는 787만원이었다.

제주의 아파트 분양시장 과열은 분양권 전매에 따른 웃돈을 겨냥한 투기세력의 가세도 한몫 하고 있다. 2010년 지난해 분양된 제주시 아라동 스위첸과 아이파크 아파트는 3월 말까지 각각 48.6%, 45.7%가 전매됐다. 청약 당첨자 2명 중 1명의 주인이 바뀐 셈이다. 분양권 전매 제한이 없는 제주에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성 가수요가 조직적으로 가세하면서 정작 입주를 원하는 사람의 당첨 기회를 빼앗고, 아파트 분양가 거품을 만드는 등 부동산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23일 당첨자를 발표하는 노형2차아이파크 견본주택 주변에는 다른지방에서 원정온 '떴다방' 십수명도 명함을 나눠주며 당첨되면 좋은값에 팔아주겠다며분양가 끌어올리기에 한몫하고 있다.

▶대책은 없나=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도민들이 기댈 수 있는 건 제주도분양가심사위원회의 역할이다. 이달 분양가가 결정된 노형2차아이파크의 경우 언론에서 시행사의 택지비 부풀리기 의혹을 집중 제기하면서 시행사가 제출한 금액에서 3.3㎡당 80만원을 감액했지만 앞서 분양된 아파트의 경우 과연 제 역할을 했는지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높다.

집값 안정을 위한 행정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원도심 공동화의 한 원인인 무분별한 택지개발의 주체가 행정이니만큼 고분양가를 놓고 '시장 논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인 자세는 책임 회피나 다름없다.

시민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안전성과 편리성 등 주거공간으로의 매력 등이 아파트값 상승의 한 요인"이라며 "하지만 3.3㎡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고분양가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더 키우고 있는만큼 실수요자들이 적정가격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행정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건축비 부풀리기 도민 우롱
"제주자치도가 시행 주체 돼…지역 건설사에 시공 맡겨야"


▲송종철

제주시 노형 2차 아이파크 평균 분양가는 3.3㎡당 약 902만원으로 불과 6개월 전인 아라 아이파크 평균분양가 약 730만원에 비해서 23.56%가 상승했다. 이처럼 제주지역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먼저 제주지역은 아파트가 과부족인 상황에다 주요 세대주인 486세대가 단지형 아파트를 선호하면서 제주시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또한 노형 택지개발지구와는 달리 이도2지구와 아라지구의 아파트가 집적화되지 못함으로써 신제주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을 제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파트 공급 속도도 약 1년을 주기로 순차적 시차를 둠에 따라 분양가가 계단식 상승을 하는데 오히려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한편 올해 4월에 분양한 청주시 '두산위브지웰시티'의 분양가는 노형2차 아이파크 분양가에 비해 3.3㎡당 30만원이 더 저렴하다. 제주시 인구보다 22만 명이 더 많은 청주의 아파트 분양가가 제주시보다 낮아진 데에는 이유가 따로 있다. 원래 두산위브지웰시티의 당초 분양신청가는 975만원이었다. 하지만 청주시 분양가심사위에서 당초보다 103만원이 낮은 872만원을 분양가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노형2차 아이파크는 당초 983만 9000원에 분양가 신청을 했으나 토지매입비 감정가 부풀리기에 대한 여론의 뭇매에 어쩔 수 없이 제주시가 916만원으로 의견을 조정하고, 도분양가심사위에서는 약 14만원을 더 삭감하여 902만원의 분양가를 만든 상황을 보건데 아직도 도분양가심사위원회의 역할이 미덥지 않다.

끝으로 타시·도는 행정·사법기관 합동으로 모델하우스 주변을 상시 감독하면서 '떴다방' 등의 불법 투기를 사전에 차단하는데 반하여 제주지역의 행정·사법기관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또한 건축비와 토지매입비 감정평가액 부풀리기 수법으로 도민을 우롱하는 타 지역의 대형건설사의 폭리행위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시행 주체가 되어 제주지역의 건실한 중견건설사를 시공사로 하는 컨소시엄을 통한 아파트 공급이 절실히 필요하다 할 것이다. <송종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도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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