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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장수음식
[제주인의 장수음식을 찾아서](7)신선식재료 천국, 제주바다-①조개
제주바다가 키운 조개맛 올레꾼 입맛 유혹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입력 : 2012. 05.01. 00:00:00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해녀회관에서는 이 지역에서 생산된 조개를 식재료로 활용한 제주전통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시흥리 해녀들, 조개요리 전통 이어가
지역과 어울린 전통음식 관광객 매료

제주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섬이다.

제주섬에서 나는 각종 생선과 해조류·패류 등의 식재료는 제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전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장수의 섬'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선 전복·오분자기·갈치·자리·옥돔 등의 제주의 대표하는 음식에 앞서 조개음식부터 소개한다.

약 2000년전 탐라인들은 바다에서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역사적 사실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다.

패총(조개더미) 유적이 있던 자리에 도로가 나서면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지만, 종달리 패총은 약 2000년전 제주섬의 고환경과 고지리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자료를 품고 있는 유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다.

세월이 흘러 바닷물을 막는 옹벽이 종달리와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사이에 생기면서 조개서식지가 변경됐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조개가 많이 잡힌다는 뜻에서 '조개바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종달리와 시흥리 마을 바다의 경계를 사이에 두고 지역에 따라 백합·반지락·맛조개·빛조개·해가리비·소쿠리조개 등 이름과 모양 외에도 맛가지 다양한 조개가 잡힌다.

양쪽 마을 주민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바닷물이 빠지면 어김없이 조개바당을 찾아 조개를 잡아먹곤했다.

조개를 캐는 즉시 날 것으로 먹는 것은 기본이며, 조개국, 조개죽, 조개물회, 조개젓갈 등 없던 식욕도 돌아오게 할 정도로 자기네 입맛에 맛게끔 요리를 해먹었다.

제주시 김녕리에서 서귀포시 성산읍 일부지역의 해안가 마을주민치고, 휴일 바닷가에서 조개를 잡아 먹어보지 않은 이가 드물 정도로 흔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오염과 남획 등의 이유로 조개 개체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종달리와 성산읍 지역에서 채취되는 다양한 조개와 조개죽 요리.

그나마 시흥리 마을 해녀들이 조개 요리 전통 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1995년부터 해녀회관에서 자신들이 즐겨 먹던 조개죽과 조개물회 등 두가지 요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제주올레 1코스가 시작되는 마을인 시흥리. 올레꾼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시흥리해녀회관에는 조개음식을 먹으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조개죽과 조개물회 두가지 요리를 손님들에게 제공했지만, 양이 모자랄 정도로 찾는 이가 많아 조개죽만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조개음식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조개의 종류가 무려 11만종이 되면서, 그 맛과 효능이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개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타우린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면 나타나는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고혈압 등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식품이다. 타우린은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는데 어린이들에게 조개국이나 조개수프 등을 먹이면 좋다. 또한 아연이 부족해 성장장애를 겪고 있는 청소년에도 조개를 먹이면 좋다.

무엇보다 조개를 직접 캘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바로 앞에 있기도 하다. 특히 해녀회관 바로 옆에는 조가비 박물관(입장료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이 세계적인 희귀조개류 1000여종, 1만5000점을 볼 수 있는 것도 조개음식 맛을 더해준다. 제주자치도에서는 제주연안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주요 이미패류의 종묘생산 기술개발 및 복원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다 고고학의 보고이자 고환경·고지리 규명의 중요한 자료가 되는 패총유적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종달리 패총 유적에 대한 활용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제주문화의 중심에 있는 해녀와 유적, 자연음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종달·시흥리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제주관광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천연재료에 양념없이 정갈한 맛 더해"

1995년 고령화 되어가는 해녀을 위해 제주자치도에서 해녀회관을 지어줬다.

어촌계회원들이 모여 활용방안을 논의했는데, 상당수가 지역의 특산품인 '조개'를 활용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자는 다수의 의견에 따라 전통방식으로 조개죽과 조개물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시흥리 해녀회관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 현복자(57·여·사진) 시흥리 어촌계장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주 식재료인 '조개'라면서, 타지방은 물론 외국에서도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마을 주민이 채취한 것만 구매하고 있다"며 "처음 가게문을 열었을 때보다 손님이 크게 늘면서 이제는 조개의 양이 모자란 상황인데, 그래도 손님과의 약속인만큼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조개만 식재료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개죽에 사용되는 조개는 반지락과 해가리비, 소쿠리조개 등이 주로 쓰이고 있고, 별다른 양념없이 소금 간만 하고 있다.

특히 조개죽과 함께 나오는 밑반찬은 성묵(꼬시래기), 깅이(게), 톳, 무채 등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이용해 만든 것이어서 신선한 맛을 더해주고 있다.

현재 이곳 식당은 해녀를 포함 마을주민 65명이 13개조로 나뉘어 하루 5명씩 일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장이다.

현 계장은 "무엇보다 자신들이 먹던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서 "일본 잡지에 소개된 해녀회관 보고 찾는 일본인도 있고, 미국에서도 조개죽을 먹기 위해 찾아온 이도 있었다. 앞으로도 제주의 자연음식을 정성스럽게 대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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