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로마 황제 카를 6세(재위 1711~1740)는 위대한 궁정 건축가 요한 베른하르트 피셔 폰 에를라흐에게 새로운 유럽에서의 위상에 걸맞은 도서관을 건립하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유럽에 지어진 최초의 대형 공공도서관인 이 도서관은 오스트리아 바로크 건축의 걸작이다. 도서관에 대한 명철한 비전을 갖고 있던 황제는 자신이 기대하는 바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용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지불해서는 안되며, 풍요를 얻고 들어가야 하며, 자주 들러야 한다." 그리고 소장물에 필기하는 독자들을 불신했으며, 도서관 문호는 모두에게 개방했지만 '무식꾼, 하인, 게으름뱅이, 말 많은 자, 멍한 구경꾼'의 출입은 막았다. 인류가 일궈낸 지적 성취의 이정표가 담긴 책들을 보관하는 도서관은 문화 시설 중에서도 가장 풍요로운 곳이다.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서관들은 신고전주의 양식의 성전에서부터 바로크 궁전, 수도원, 제퍼슨주의적인 자료실에 이르기까지 그 지적 수준에 걸맞은 양식으로 지어져왔다. 공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극히 내밀한 이들 도서관은 인류의 문화 유물 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책을 보존하고 전파하는 숭고한 역할을 해왔으며, 위대한 문명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데에도 중추적 임무를 담당했다. 그래서 세계의 훌륭한 도서관들은 오늘날까지도 학술과 계몽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 인류의 영혼을 정화시켜주고 있다. 이 책은 오랜 역사와 훌륭한 건축미를 지닌 도서관 스물세 곳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바로크의 찬란함이 압도하는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 르네상스의 보고 피렌체 리카르디 도서관, 괴테의 손길이 남아 있는 바이마르의 안나 아말리아 공작부인 도서관, 에스파냐 엘에스코리알의 장엄한 왕립 도서관, 성스러운 흙을 자랑하는 옥스퍼드 보들리 도서관, 보자르 양식의 걸작 뉴욕 공공 도서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눈부신 컬러사진 200여 컷을 감상하다 보면 도서관의 무거운 문을 밀고 들어가 책으로 온통 둘러싸인 공간이 내뿜는 빛과 공기와 향기에 빠져든 착각마저 든다. 르네상스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의 역사를 집어나가는 저자의 글에서는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축적되고 발전해온 인류의 귀중한 지혜와 지식을 수집하고 보존하려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도 느낄 수 있다. 자크 보세 글·기욤 드 로비에 사진·이섬민 옮김. 다빈치. 5만5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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