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청인 여러분 농아인과 친구가 되어 보세요." 한국농아인협회 제주시지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종호(33·언어·청각장애 1급·사진)씨. 선천적으로 청각·언어장애를 갖고 태어난 김씨는 제주에서 특수학교인 영지학교에서 중학교까지 마치고, 서울 농아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했다. 김씨는 "대학에 진학을 해야하는데 수화로 수업을 들을 수가 있는 대학이 없었다"며 "일반대학에 입학은 하더라도 과연 수업을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현재 사회분위기가 고졸자는 취업조차 하기 힘들정도로 사회생활이 힘든만큼 대학진학을 강력하게 권유해 입학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대불대학교 김현철 교수의 추천으로 이 학교 인터넷 응용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특히 김 교수는 김씨와 함께 입학한 자신의 조카에게 함께 수업을 들으며, 대필을 해줄 것을 부탁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씨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들의 도움으로 4년간의 대학생활을 무사히 학업을 마친 김씨는 졸업만하면 취업도 바로 되고, 자신의 앞날이 훤하게 뚫려 있을 거라는 부푼 꿈을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첫 직장에서 웹디자인 관련 일을 했는데, 사장은 김씨에게 창작의욕까지 고취시키면서 "만들어 내고 싶은 모든 것을 작품에 담아내라" 요구했지만, 김씨는 능력의 한계를 느겼다. 여기에다 의사소통 문제는 김씨를 더욱 위축시켰다. 김씨는 "혼자서 결정하면서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적응자체가 힘들었고, 의사소통에 한계까지 느끼는 상황이었다"며 "최근에 '도가니'란 영화로 농아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지금도 별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이는 언어가 다른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농아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는 같은 언어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건청인들도 수화를 배우지는 않더라도 농아인이 경계인이 되지 않도록 문화를 이해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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