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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 솟아난 신비의 섬 거기 있었네
[길 路 떠나다]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2. 08.03. 00:00:00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변에서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도항선으로 15분이면 닿는다. 사진은 해무에 휩싸여 신비스러움을 더하는 비양도. /사진=강경민기자

출렁이는 파도와 동행하는 길엔 화산탄 군락지도
해발 114m 비양봉 전망대서 바라보는 풍경 일품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라지만 올 무더위는 유난스럽다. 숨막히는 폭염에다 열대야까지 겹쳐 몸도 마음도 지치다는 푸념들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하지만 덥다고 집안에서 선풍기나 에어컨 곁을 지키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섬 속의 또다른 섬의 풍경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40분쯤이면 닿는 한림읍 협재해변은 제주에서도 바다 빛깔이 곱기로 소문난 곳이다. 하얀 모래와 현무암이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연둣빛에 가까운 물빛은 이름난 해외의 휴양지 못지 않게 환상적이라고 관광객들은 감탄사를 쏟아낸다.

▲사진은 왼쪽부터 영화 '봄날' 촬영지 조형물, 자갈밭 해변, 해안도로, '애기업은 돌', '비양도 천년 기념비'. /사진=문미숙기자

이 해변에서 북쪽으로 손에 잡힐 듯 지근거리에 그림처럼 떠있는 섬이 있다. '비양도(飛揚島)'다. 섬 생성의 역사는 조선 중중때 발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고려 목종 5년(1002년) 6월에 산이 바다 한가운데서 솟아나왔는데, 산 꼭대기에 네 개의 구멍이 뚫리고 붉은 물이 솟다가 5일만에 그쳤다'고.

섬으로 들어가려면 한림항에서 도항선을 타야 한다. 점점 가까워지는 섬은 누구에게나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언뜻 '어린 왕자'에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모양을 닮은 듯한 섬까지는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섬을 속속들이 느껴보기 위해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섬의 일주도로를 따라 한 바퀴 걷기로 했다. 선착장을 벗어나자마자 맨 먼저 눈에 띄는 건 비양도 탄생 1000년을 기념해 2002년에 세워진 '비양도 천년 기념비'다. 그 바로 옆에는 2005년 TV드라마 '봄날'의 촬영지였음을 알려주는 조형물이 반긴다.

오른쪽으로 비양봉, 왼쪽으로 푸른 바다와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끼고 내딛는 발걸음 내내 동행하는 건 짭조름한 바닷내음이다. 유난히 거무스름한 현무암과 코끼리모양 등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해안을 멋스럽게 장식한다.

일주도로를 따라걷다 북쪽 해안에서 만날 수 있는 천연기념물 제439호인 '용암기종'도 시선을 붙든다. 부아석(負兒石), 즉 '애기업은 돌'이라고도 불리는데 마치 어린 아기를 업고 있는 사람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면적은 용암기종 일대 약 1323㎡. 겹겹이 쌓인 크고 작은 화산탄 군락지와 특수한 구조의 용암류 등 화산활동의 흔적이 생생해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용암기종을 지나 멀지 않은 곳에 염습지인 '펄랑못'이 있다. 연못을 산책할 수 있도록 놓인 목재 데크를 따라 걷고, 비양분교가 보이면 섬 기행은 마무리된다.

섬을 한 바퀴 둘러봤으니 이번엔 비양봉을 오를 차례다. 해발 114m의 비양봉 정상까지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목재데크가 놓여 있어 15분정도면 닿는다. 비오듯 땀을 쏟으며 정상에 닿으니 역시 오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시 서부 지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름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주는 섬이 아닌 커다란 대륙으로 다가온다. 비양봉 분화구 주변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비양나무자생지가 있는데, 제주도기념물 제48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섬을 한 바퀴 돌면 선착장 인근에 고소하고 진한 보말죽으로 유명한 호돌이 식당이 있다. 이 밖에도 식당과 슈퍼, 대 여섯 곳의 민막이 있어 하룻밤 묵어도 좋은 섬이다.

한림항에서 비양도로 가는 배는 여름철(8월 말까지)엔 매일 오전 9시, 낮 12시, 오후 3시 세 차례 출발한다. 문의 비양도 대합실 796-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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