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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논술학교
[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11)JDC 전국 중·고 논술대회-고교 인문사회
문화상대주의 명분 여성인권 탄압 등 경계해야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2. 08.09. 00:00:00
상대주의 보완 위해 보편적 가치 기준으로 해당 문화 평가 필요
무비판적 수용 대신 주체적 허용시 회의주의 한계 넘을 수 있어


[인문사회 금상]최진실(제주중앙여고 3)

[논제 1]

제시문 (가), (나), (다)는 가각 문화 절대주의, 문화 상대주의, 문화 개방주의적 관점을 취한다.

우선 문화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크게 (가)와 (나), (다)로 구분 할 수 있다. (가)의 문화절대주의는 문화 진화론의 관점에서 진화정도에 따라 문화의 우열을 가린다. 자기 문화가 우월하다 여길 경우 자문화 중심주의, 타의 문화를 우월하다 여길 경우 문화 사대주의 양상을 띤다.

반면 (나)는 체계론의 관점에서 문화의 우열을 가르지 않고 그 사회의 맥락을 따진다. 모든 문화의 발생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다)도 또한 문화의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문화의 전파로 인해 서구 문화가 대거 유입되었을 뿐이다. (다)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문화 개방주의 경향을 띠는데, 타문화의 유입 시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 점, 자문화에 대한 주체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타문화 유입 시 의지가 작용하고, 자문화에 대한 주체성이 결여된 (가)의 문화 사대주의와 다르다.

[논제 2]

제시문 (라)에서 사회자와 브리짓도 바르도 모두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브리짓도 바르도의 경우 특정 문화에 한하여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사회자와 다른 입장을 취한다. 브리짓도 바르도의 견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우선 그녀에게는 세 가지 측면에서 문화 상대주의적 태도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제시문 (나)에서 따르면 모든 문화의 등장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녀는 한국의 개고기 문화가 나타난 배경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무조건 이에 배타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녀는 개고기 문화를 자기의 문화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고, 사실을 극도로 왜곡시켜 문화를 비하한다는 점에서 그녀의 주장에는 논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또한 그녀는 제시문 (가)의 자문화 중심주의적 견해를 띠는데 타문화에는 배타적이어서 문제가 있다. 그리고 자기 문화가 더 우월하다는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이므로 주관적 잣대로 문화에 우열을 매기는 것은 옳지 않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럴 경우 국제 사회의 새로운 질서에 순응하지 못하게 된다. 제시문(다)의 경우처럼 자기 문화에 대한 주체성은 갖되 타의 문화 허용에도 배타적이면 안 된다.

[논제 3]

제시문 (바)에는 다양한 문화가 자유롭게 공존하는 샐러드 보울 형태의 다문화 사회로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문화 상대주의적 태도가 필수적이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극단적 상대주의'이다. 극단적 상대주의란 모든 문화를 문화로 인정하는데 설령 그 문화가 자유·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가 결여된 문화의 경우에도 문화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제시문(다)의 여성의 인권이 무시되는 이란의 법 제도 또한 문화로 인정된다. 이러한 문화를 인정할 경우 비윤리적, 비도덕적 문화까지도 문화 상대주의라는 명분 아래 허용되기에 문제가 된다.

또한 주장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제시문(라)의 경우와 같이 자문화 중심주의와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자기네 문화에 대한 주체성이 강할 경우 문화 상대주의는 실현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문화 상대주의는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허용해 개방적 사회 또는 국가로 나아가게 하지만 이럴 경우 가치 기준이 상대적으로 되어 객관성을 잃기에 회의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대주의의 문제점을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해당 문화를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하여 평가하여야 한다. 그 문화가 특정 가치를 무시할 경우 국제적으로 제재를 가하고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또한 사람들이 상대주의의 관점을 취하도록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특정 문화가 문제가 될 경우 국제회의를 주최해 그 문화의 등장 배경, 취지 등 그 사회의 맥락을 통해 문제제기 국가에 알리려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가치·문화를 무비판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왜 타당한지를 제대로 분석하고 주체적으로 허용한다면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심사평] 다양하고 심층적인 해결방안 제시 아쉬워
자문화 중심-상대주의 이분법적 구도 넘어서야


이번 인문사회 논술대회는 전국대회 규모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국에서 논술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이 참가하여 치러진 만큼 창의적이고 심도 있는 논술문을 작성하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이번 논술 대회의 방향과 해결 과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한 지문과 시사성 있는 글을 제시문으로 실어 공교육 활성화에 무게를 두었다.

둘째, 문화의 발전, 이동에 따라 현재 문화의 패러다임인 상대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제기와 해결 방안을 이끌어 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문항의 제재가 난해하지는 않지만 평소 고등학생으로서 문화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학생은 논술문을 작성하기가 그리 수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셋째, 세 논제를 유기적으로 잘 연결하지 못하고 일부 논제만 우수하게 해결한 학생이 많아서 대상 수혜자가 없어지게 된 것이 아쉽다.

넷째, 논제에서 제시된 조건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게 태반이어서 앞으로 대입 논술에 응시할 학생들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차세대 지성인인 고등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통해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을 재고(再考)하는 계기로 삼았다.

1번 문항의 경우, 단순히 자문화 중심주의나 문화 상대주의의 2분법적 구도로 끌고 가는 것은 좋은 답이 아니다. 문화를 보는 관점이므로 진화, 우열, 평가 가능성, 문화의 공존 여부 등을 거론해야지 단순히 자문화 중심주의나 문화 상대주의라고 언급한 것은 제대로 비교 분석하지 못한 글이 된다. 게다가 (나), (다)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서술한 학생은 많지 않았다.

논제 2번의 경우, 제시문 (가)~(다)를 참고하여 비판하라고 하였으므로 (가)~(다)의 세 가지의 관점에서 비판의 논지를 끌어내야 한다. (가)~(다) 각각의 관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무작정 자문화 중심주의와 문화 우월주의로만 비판하면 (나), (다)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역시 3가지 관점으로 모두 비판의 논지를 끌어낸 학생이 많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논제 3번의 경우, 문제점 두 가지를 분명히 제시한 학생이 많지 않았다. 첫째 문화적 상대성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 문화 상대주의의 문제점((마)이란의 사례를 통해)과 둘째 문화적 상대성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라)의 브리짓 바르도)를 모두 분명히 언급한 학생이 많지 않다. 또 이에 대한 대안을 도출하는 것은 비교적 어려운 문제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권 존중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방향만 제시할 것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학생이 많지 않다는 것은 다문화주의에 대한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의 부족한 결과이다.

인문사회 답안 중에서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최진실 학생의 글은 전체적으로 제시문 분석이 뛰어나고, 주어진 조건을 잘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제기와 대상에 대한 비판 의식 그리고 문화상대주의 실현 과정에서 야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분석 등이 매우 우수하지만 다양하고 심층적인 해결방안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논술문을 작성하는 훈련이 필요하겠다.

논술은 논제가 요구하는 조건, 내용과 직결되는 부분이 있는가 없는가를 요소별로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논제의 제재가 쉬워도 어려운 문제가 성립하기 때문에 평소에 사회 현상에 대한 해결 의지가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가 있다.

<백운주·서귀포고교 교사·제주도논술면접교육연구회장>

※이번 회에 실린 원고는 한라일보사와 제주도논술면접교육연구회 공동 주관으로 7월 21일 실시한 'JDC 전국 중·고등학생 논술대회' 입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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