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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면 제주가 밝아집니다
[나누면 제주가 밝아집니다/재활용품 수거에 남은 여생을 걸다](하)
"자식들 때문에… 여든 넘어도 못 쉬어"
도내 노인 10명 중 7명 "경제적으로 힘들어"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입력 : 2012. 08.16. 00:00:00

▲경제활동이 어려운 70~80대 노인들이 생활고를 이겨내기 위해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70~80대 이상의 노인들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이에 대한 특화된 복지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 러쉬'가 이어지게 되면 고령층 실업은 고령층의 빈곤 악화와 자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먼저 겪고 있는 세대가 70~80대 노인들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격인 이들은 노후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노후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자녀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모든 소득을 쏟아부었고, 나이가 들어 자신들의 재산을 자식에게 분배하면서 더 이상의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없는 세대가 상당수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제주발전연구원이 359명의 도내 거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67명(75.5%)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장수노인 10명 중 7명은 30만원 미만으로 한 달을 생활하고 있으며, 생활비의 출처도 '자녀들이 주거나 국가에서 주는 기초노령연금 또는 국민기초 생활보장비'로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비(이하 수급비)는 없어서는 안될 최저 생계비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 놓인 노인들에게 매년 두차례 실시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하 수급자)의 부양의무자에 대한 확인조사는 무서운 존재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행복e음 전산시스템(27개 기관 자료 공유)을 구축하면서 이전보다 부양의무자의 소득을 면밀히 확인할 수 있게 됐는데, 부양의무자의 소득에 따라 자신이 받던 수급비가 줄어들거나, 탈락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일 경남 거제에서는 A(75) 할머니가 거제시청에서 음독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수급자였던 A 할머니는 거제시가 최근 실시한 부양의무자에 대한 확인조사를 통해 사위의 소득이 늘면서, 지원 기준(월소득 55만3345원 이하)에서 약 7000원이 초과해 대상자에서 탈락했다. A 할머니는 시청을 찾아 호소했지만, 엄격한 법의 잣대가 적용되면서 지난 1일 최종 탈락한 것이었다.

행정시에도 부양의무자에 대한 확인조사를 실시할 때마다 민원이 폭주하는데 이유는 "자녀들의 소득이 있지만, 자신들을 부양하지는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수급비마저 줄거나 안주면 어떻게 살아가냐"는 것이다.

전문가는 "정부에서는 자녀의 부양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는 부모 또는 자녀가 서로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해 나가는 문화"라며 "70~80대의 노인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분배하고 난 다음에는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는데도 불구, 부모를 돌보지 않는 자녀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 놓인 노인들이 재활용품 수거 등을 하며 단돈 1000원이라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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