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려평생학교의 밤은 환하다. 불을 밝힌 건물 안 교실에는 머리가 희끗한 학생들이 칠판을 마주하고 앉았다. 대개 쉰을 훌쩍 넘긴 나이. 어릴 적 배우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이곳을 찾은 이들이다. 최근 만난 김준영(사진)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강단에 섰다. 김 씨는 자원교사로 활동하며 '늦깎이' 학생들과 함께 해 왔다. 1994년부터 초등부 수업을 진행하며 한글을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오래 하다 보니 자원교사 일이 봉사가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고 그가 말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원교사 일을 그만 뒀던 때도 있어요. 그러나 머지않아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학생들과 수업하면서 울고 웃다보면 삶의 맛이 느껴져요. 그 '맛'을 잊지 못해 계속하는 거죠." 배움의 즐거움을 찾는 학생들의 모습은 김 씨에게 큰 힘이 된다. 제 이름을 쓰고선 아이처럼 기뻐하는 어르신을 보면 덩달아 신이 난다. "단어 하나를 쓰면서도 즐거워하세요. 지금껏 글을 몰라 엄두도 못낸 일이니까요. 학생들이 일기나 시를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도 행복해지죠." 김 씨는 지난해부터 동려평생학교의 사무도 보고 있다. 소정의 급여를 받는 일이지만 자원교사 일을 병행하려니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두 딸을 둔 김 씨는 "남들에게 배움을 나눠주면서도 정작 딸아이의 숙제를 봐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엄마의 일을 이해하고 투정부리지 않는 아이들에게 항상 고맙다"고 했다. 앞으로의 바람을 물었더니 "어르신들이 건강히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학생들 중에는 건강이 악화돼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늦게 배움을 시작하는 만큼 오래 공부하셨으면 해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면 더욱 좋겠죠."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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