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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12. 11.22. 00:00:00
장애인합창단 '띠앗' 창단연주회 개최
합창 통해 장애인 접근권 고민 계기 마련

장애인 문화 욕구 충족 위한 시설 필요

조명을 비춘 무대 위로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그 뒤로 20여명의 사람들이 올라와 무대를 채웠다. 관객을 향해 인사하기도 전에 조용하던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장애인 합창단의 '띠앗'의 첫번째 정식공연을 축하하는 응원의 함성이 더해졌다.

장애인 어울림 '띠앗' 합창단의 창단연주회(사진)가 지난 17일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열렸다. '띠앗'은 장애인 30여명과 비장애인 10명이 어우러진 합창단이다. 지난해 3월 지체·뇌병변·간장애를 지닌 여성장애인을 중심으로 꾸려졌다가 최근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모습으로 거듭났다.

'띠앗'에게 이번 창단연주회는 뜻 깊은 자리다. 악보도 보지 못했던 단원들이 지휘자의 손짓을 따라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준비한 공연이다. 공연을 앞두고선 매일 세 시간씩 목소리를 맞췄다. 그렇게 연습한 '푸른 열매', '바람 부는 날' 등 총 10곡을 들고 무대에 섰다.

무대에 오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휠체어를 탄 단원들이 드나들기 편한 연습공간을 찾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창단연주회 장소를 결정할 때에도 선택권이 없었다. 몸이 불편한 단원들이 혼자의 힘으로 오를 수 있는 무대를 갖춘 공연장이 거의 전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띠앗'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준비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목표는 더욱 뚜렷해졌다. 장애가 문화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을 개선하고 당당한 문화예술의 주체자로 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들의 도전 이유다. 이번 연주회를 통해 '띠앗'은 사회를 향해 장애인의 문화·여가 프로그램 접근권의 현주소를 곱씹어보게 하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창단연주회를 주최한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의 김경미 소장은 "합창단이 연습을 하고 공연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것을 보면서 장애인이 문화인으로서 설 자리가 좁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일반 예술인이 주로 서는 무대에서 장애를 가진 단원들이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장애인의 접근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높아지고 있는 장애인의 문화활동 욕구를 반영해 제주도내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공연시설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애인들이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문화 향유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제주문예회관, 학생문화원 등 도내에 규모 있는 공연장의 경우 무대가 높아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용한 장애인인권포럼 팀장은 "매해 장애인연극제, 장애인문화예술제 등을 개최하고 있지만 도내에는 장애인 예술인이 출연하고 휠체어를 탄 관객들이 관람하기 좋은 여건을 갖춘 대규모 공연장이 없다"며 "몸이 불편해도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무대와 장애인을 위한 관람석이 다수 확보된 공연장이 생긴다면 장애인 예술가의 활동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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