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을 목전에 둔 양병윤 화백은 세상의 모든 불평등을 향해 우럭의 등가시 같은 붓끝으로 '황우럭'에 계속해서 뜨거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격랑의 우리 현대사 살아온 산 증인 만화 인정한 '제주도문화상' 큰 보람 본보 시사만화 '황우럭'의 1만회 달성은 제주언론사는 물론 대한민국 언론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황우럭을 연재하고 있는 양병윤(68) 화백은 현재 문화일보에 게재되고 있는 김성환 화백의 '고바우 영감(1987년 1만회 돌파)'의 뒤를 잇고 있다. 만평을 동시에 게재하는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시대의 대변자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양 화백은 어려서부터 만화광이었다. 작가의 꿈을 키우며 독학습작을 하던 가까머리 그는 고교 2학년때 서울에서 발간되는 학생잡지 '학도주보'에 만평이, 월간잡지 '아리랑'에 만화가 실리면서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68년 제주신문 화백 겸 기자로 입사해 황우럭을 연재한 그는 제주신문 편집국장과 이사,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어 제민일보 논설위원 등을 거친 가운데 2009년부터 현재까지 한라일보에서 세상을 평정(?)하고 있다. ▲시사만화 '황우럭'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1만회 대하를 집념과 열정으로 건너왔다. 다음은 양 화백과의 일문일답. ▶'황우럭'은=우럭은 제주도 연안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생선이기 때문에 도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우럭 등가시가 단단하고 뾰족해 부조리나 비리를 가시로 찌르듯 쏘아붙여 비판하겠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우럭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 중 사람의 성씨로 쓰는 앞자가 '황'이어서 의인화를 위해 황우럭으로 이름을 정했다. ▶기자(화백) 입문=어렸을때 부터 만화를 무척 좋아했다. 학창시절 여러 잡지에 만화응모로 입상하기도 했다. 1968년 2월쯤, 고 김선희 제주신문 사장과 최현식 편집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자 겸 화백으로 채용하겠다고 해 수락했다.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그해 6월 부터 '황우럭'과 만평을 집필하게 됐다. ▲양병윤 화백은 '황우럭'과 함께 '만평'도 동시에 게재하는 등 여전히 열정이 가득하다. ▶보람과 아쉬웠던 점=1986년 제주도 문화상을 수상했는데, 무엇보다도 만화를 인정해 주는 현실에 매우 감격했다. 반면 60~70년대 계엄하에 검열을 받으면서 은유법으로 표현한 작품이 일부 독자에게 리얼하게 접근하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엄청난 변화의 물결 속에 사람들의 심성이 각박해지고 있다.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한 때다. 역지사지의 사고력을 품고 긍정적인 정신세계에서 건전한 비판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그 의미가 보람일 것이다. ▶향후 계획이나 목표는=칠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계속 만화를 그리고 싶다. 급변하는 시대에 허둥대고 싶지 않다. 인간 근본의 인성을 잘 가꾸고 살아가고 싶다. 내년 3월에 황우럭 1만회 돌파 기념 작품집 2권을 출간하게 돼 가슴이 벅차다. 만 번째라! 산지포라 동문통이라 칠성통이라 원정통이라 남문통이라 서문통이라 광양이라 어디라 할 것 없이 함께 돌아다녔지요. 병윤 형은 도무지 지루해지지 않는 무궁무진한 우애의 샘물이 넘치는 그런 깊은 국량의 사나이지요. 첫째로 누구를 죽이거나 내치거나 하지 못하고 누구를 꼭 살려내는 그런 삶의 행로에 나섰지요. 누구에게 먼저 등 돌려 본 적도 없었지요. 그 묵은 의리 하나는 모태 안에서 나올 때 함께 몸에 감겨 나온 그것이었지요. 병윤 형은 속으로는 지극히 빛나는 슬기를 가득 채우고 있음에도 겉은 낮은 구름 총총으로 어리수굿하고 말지요. 나는 이런 귀중한 병윤 형하고 더불어 아침 해도 맞이하고 지는 해도 보내드렸지요. 이 탐라 보배의 시사화백 양병윤 형은 하루도 그냥 두지 않고 그믐달이 초승달이듯 멈출 줄 모르는 '황우럭' 1만회 꼭대기를 넘어섰다니 과연 설문대할망의 핏줄 아니고는 못할 장거이지요. 이 만 번째 다음 날 우리 모여들어 병윤 형의 잠들지 않는 세월을 새삼 칭송치 않을 수 없지요. 정녕코 이는 한국현대만화사에서 고바우 김성환의 그것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울이거니 한라산 기슭이거니 하고 대칭을 이루었지요. 그리운 병윤 형 옛날 한일소주 명월소주 귀일소주 한 병씩 내 마음이 보내드리오. 축하하오. <고은(시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