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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맛집을 찾아서](42)제주시 노형동 '대나무집'
짭조름한 굴·꼬막 한입에 겨울바다향 가득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입력 : 2012. 12.28. 00:00:00

▲제철을 맞아 더욱 맛있고 신선한 통영굴에 침이 넘어간다. 강희만기자

생으로 먹거나 전·부침으로 한상
주산지 통영·벌교서 직송해 신선

그는 제도권에서 요리를 배운 적이 없다. 호텔주방장인 절친이 요리할 때 어깨 너머로 봐왔던 게 전부다. 그럼에도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국내 대형조선소를 박차고 평생의 직업으로 음식장사를 소원했다. 게다가 부산 출신인 그는 음식장사 첫 출발지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제주를 선택했고 몇년 전 가족들과 함께 정착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이라 표현했다.

제주시 노형동 평화로 진입로 인근에 위치한 '대나무집' 주인장 김성용(42)씨의 이야기다.

대나무집의 주메뉴는 오리와 닭백숙이다. 그러나 한 때 계절요리로 손님상에 내놨던 굴과 꼬막이 이젠 대나무집을 상징하는 주메뉴로 바뀌었다. 굴과 꼬막을 선보인 것은 김씨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봐왔고, 그가 한때 근무지(통영)였던 곳이 굴로 유명했기 때문. 또 부인 서정아(38)씨는 꼬막이 유명한 벌교가 고향이다. 현지에 친인척 등 지인이 많아 꼬막과 굴을 어렵지 않게 공급받을 수 있는 자신감도 한몫 했다.

대나무집의 굴과 꼬막요리는 밑반찬과 밥이 차려지는 정식으로 나온다. 삶거나 생으로, 또 무침과 국으로 나와 굴과 꼬막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는 게 대나무집 정식의 묘미다. 굴과 꼬막은 요즘 제철이라 대나무집을 찾는 손님은 으레껏 정식을 찾는다. 굴을 재료로 국밥과 전이 나오는 곳은 도내에도 여러곳이 있지만 정식으로 나오는 곳은 없단다. 김씨의 주장대로라면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식단이다.

5년 전 장사를 막 시작할 때 굴과 꼬막은 도민들에게 낯설어 고생했단다.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찾는 손님이 늘었고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대나무집은 굴과 꼬막요리로 명성을 날리게 됐다. 또 손님 대부분 도민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도 경쟁력이다.

굴 메뉴의 이름은 '통영굴정식'. 짭조름한 생굴에 삶은 각굴이 상에 오른다. 굴로 조리된 무침과 전 또한 미각을 돋운다. 각굴은 사실 제주 토박이들은 쉽게 접해보지 못한 모양새다. 울퉁불퉁한 큰 껍데기 안에 착 달라붙어 있는 각굴은 보기와 달리 작은 게 아쉽지만 쫄깃한 맛이 그만이다. 식성에 따라 초장을 찍어 먹을 수도 있지만 재료 자체 그 맛엔 바다향이 묻어난다. 통영에서 공수된 굴 또한 신선한 게 자랑이다. 밥은 돌솥으로 나오는데 1인분에 1만2000원. 주산지인 통영 현지에서 굴 요리를 맛볼 때 보통 1만5000원 가량되는 만큼 비싸지 않은 편이다. 벌교 꼬막정식 또한 무침과 전 등으로 요리되어 나온다.

손님을 맞는 대나무집은 이름 만큼 운치가 있다. 나무 껍데기로 마무리된 외벽이 음식 만큼 멋스럽다. 본격적인 장사에 앞서 리모델링을 하는데만 반년 이상이 걸렸다. 터 한쪽 구석에는 텃밭이 눈에 들어온다. 손님상에 내놓는 밑반찬은 대부분 이 곳 텃밭에서 나오는 것이다.

김성용씨는 "사실 제주에서 장사를 하기 앞서 벌교에서 음식장사를 하는 장모님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며 "아내가 장모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손맛이 뛰어나다"고 대나무집의 경쟁력을 부인에게 돌린다. 그는 이어 "연고가 없는 제주여서 처음에 외로워 힘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좋다. 많은 지인들이 제주에 들어와 살기를 바라며 나에게 조언을 부탁하고 있는데 너무 뿌듯하다"며 제주생활을 행복해 했다. 문의 711-5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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