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전 마을주민들이 물 얻으려 만든 길 숯 가마터·화전밭 등 다양한 역사문화 흔적 ○… 지난해 '흑룡의 해' 벽두부터 시작된 기획연재 '길로 떠나다'가 올해도 이어진다. 지난해 기자들이 찾아나선 제주섬 곳곳의 길은 지면으로 소개됐다. 그 길은 숲으로, 바다로, 동네 밭담으로 이어졌다. 소개된 몇몇 곳은 찾는 이들의 발길로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올해도 발로 찾아나서는 '길 기행- 길로 떠나다'는 지면을 통해 펼쳐진다.…○ 백설의 한라산을 멀리서 보면서 마음이 바빠졌다. '저 눈이 다 녹기 전에 빨리 눈 쌓인 숲길을 걷고 싶다'는 희망을 안고 2일 무오법정사에서 영실까지 이어지는 '하원 수로길'을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눈밭이 기자를 반긴다. 볼을 에이는 듯한 겨울바람을 마주하고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눈쌓인 숲길을 걸을 때 들을 수 있는 '천상의 소리'를 올해 처음 듣고 말았다. '샤그락 샤그락'소리는 투박한 등산화가 하얀 눈에 올려질 때마다 맑게 울려퍼진다. 하원수로길 입구까지 가는 동안 눈쌓인 한라산 풍경은 눈과 마음에 와 안긴다. 수묵화를 보는 듯한 겹겹의 능선 위로 파아란 하늘이 조화롭기만 하다. 한라산 자락 무오법정사는 한라산 둘레길을 가려고 해도 통과해야 하는 곳이다. 둘레길을 가본 이들은 하원수로길 표지판을 만났을 터. 궁금증을 가진 이들은 한 번쯤 찾게 된다. 이 곳에 오면 언제 가도 계곡 물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주차장에서 무오법정 항일운동 기념탑광장을 지나고 10분정도 올라가면 한라산 둘레길과 하원 수로길로 나뉘는 지점을 만날 수 있다. 겨울숲에 들어서니 바위 위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나무뿌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이 이동했을 수로를 따라 숲길을 40분정도 걸었을까. 2.2㎞ 지점에 있는 언물 입구에 다다랐다. 하원 수로길은 하원마을에 논을 만들어 주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1950년 후반기 전쟁후 빈곤했던 시절 하원마을에서는 영실물과 언물을 하원저수지로 보내려고 수로길을 조성했다. 그후 주변 도로들이 개설되기 전까지는 한라산 등반코스로도 많이 이용했던 길이었다. 2년여 전 마을 주민들이 옛 영실 등반 수로길 찾기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지면에 담은 적이 있다. 특히 이 길은 독일인 지그프리트 겐테(Siegfried Genthe·1870∼1904)가 올라 한라산 높이가 1950m라는 사실을 처음 측정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법정사에서 조금 내려오면 하원 목장의 가장 위쪽에 위치해 마을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쉼터가 있다. 그 옆에는 강정 상수원으로 흘러가는 내천과 정자, 평상이 잘 갖춰져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에 좋다. 마을주민들은 '너른도'라고 하는데 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다. 이 곳에는 '민속전통놀이 체험장'이 조성될 계획이다. 진대호 하원마을회장은 "광활한 목장 부지를 활용해 승마, 조랑말 마차 타기, 집줄놓기, 돌담쌓기, 굴렁쇠 굴리기 등 사라져가는 전통놀이 체험장소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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