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품안에 수줍게 자리잡은 사라오름. 제주 오름 가운데 원형화구호로서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겨울정취를 느끼기에 그만이다. 탐방객들이 은빛 산정호수를 거닐며 비경을 만끽하고 있다. 이현숙 기자 성판악휴게소에서 오름 정상까지 2시간이면 넉넉 2010년 11월 개방, 15년 동안 숨겨진 비경 뽐내 '은빛 설국(雪國)' 풍경은 겨울 한라산에서 만날 수 있는 '크나큰 선물'이지만 꽁꽁 얼어붙은 사라오름 분화구의 산정호수는 겨울 한라산이 주는 '최고의 비밀선물'이다. 겨울날씨 같지 않게 바람 한점 없던 지난 30일 한라산 속 숨겨진 '산정호수'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사라오름을 찾았다. '사라오름'은 15년간 통제됐다가 2010년 11월 개방돼 그야말로 한라산의 품속에서 수줍게 자리잡고 있었던 비경이다. 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11시45분. 낮 12시까지는 입구에 도착해야 입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안도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아이젠까지 갖추고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즐기면서 눈길을 밟는 소리가 맑게 울린다. 성판악휴게소에서 2km 거리에 있는 구름다리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숲길이 계속됐다. 숲이 하늘을 덮어 터널을 만들었던 나무들은 눈꽃이 피어 있다. 1시간 정도 걸었을까. 해발 1000m지점에 위치한 삼나무 군락지가 눈에 들어온다. 하늘로 곧게 뻗은 시원한 삼나무의 푸른잎 위로 쌓여있던 눈이 후두둑 떨어진다. 푸른 삼나무가 눈을 뒤집어쓰고 늘어진 모습은 화폭에서 금방 나온 풍경이다. 이곳에서부터는 다소 경사가 급해지지만 5.8km를 가면 사라오름 전망대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왼쪽 나무데크쪽으로 방향을 잡고 30분 정도 걸으면 사라오름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로 가는 동안 눈이 많이 쌓인 구간은 겨울나무가 흰눈에 박혀있는 느낌이다. 눈쌓인 등반로를 걷다보면 점점 하늘과 가까워진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버린 태초의 나무결을 그대로 드러낸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칠 때면 하얀 눈빛에 그림자까지 환상적이다. 눈이 오지 않았던 지난 여름엔 목재데크를 뚜벅뚜벅 걸었는데 눈쌓인 목재데크는 계단없이 눈으로 만든 미끄럼틀 같다. 제주 오름 가운데 원형화구호로서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라오름은 그야말로 신비감 그 자체를 발산한다. 화구호 동남쪽은 제주 6대 명혈(明穴) 중 최고 명당으로 꼽는다. 1324m에 있는 사라오름은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고, 일반에 개방되면서 '작은 백록담'이라 불리기도 한다. 백록담을 제외하고 도내 산정화구호 가운데 가장 높다. 화구호 둘레는 250m에 이르며 지름은 100m 내외다. 바닥면적은 5000㎡이며 여름철에는 산정호수를 만날 수 있다. 요즘같은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는 커다란 빙상장을 연상케 하는 비경을 연출한다. 풍광에 취했다가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온병에 준비한 뜨거운 물로 타 먹는 '스틱커피'의 맛은 그 어떤 '핸드드립' 커피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향긋한 커피향을 부러워하는 탐방객에게도 한잔 건넨다. 한 관광객은 "한라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다가 사라오름을 올랐는데 오르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 같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성판악 휴게소와 사라오름 구간은 5.8km(왕복 11.6km)에 달한다. 성인의 경우 4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사라오름 입구에서 전망대까지는 약 600m.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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