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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25시]반칙 토론회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3. 02.19. 00:00:00
최근 세미나와 포럼, 보고회 등 이름을 달리한 형태의 각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야 할 토론회가 일방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달 초 열린 '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전시관 건립사업 정책토론회'도 그랬다. 발표자와 토론자 9명이 참여한 이 토론회는 예정된 시간이 2시간 40분이었지만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돌문화공원측 대표자가 사업타당성을 강조하고 돌문화공원 관계자를 칭찬하는 내용의 인사말을 하는 데만 15분 정도 소요됐다. 발표시간도 길어져 각 토론자에게 배정된 시간은 5분으로 줄어들었다.

일방적인 분위기는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이어져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사업타당성을 강조했다. 어떤 이는 국가사업에 경제성을 따져선 안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주최측 대표자처럼 감성에 호소했다. 심지어 토론자인 강경식 도의원이 사업의 타당성과 토론회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더니 일방적으로 사업을 옹호했던 몇몇 발표자와 토론자가 되레 강 의원에게 일방적인 발언을 삼가하라며 집중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말 열린 '제주 대표축제 육성방안 포럼'에서는 전문가라는 토론자들이 한결같이 탐라대전을 성공한 축제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2차 제주향토문화예술진흥 중장기계획(안) 최종보고회'는 향후 10년간 제주도 문화예술 비전을 담았다는 취지가 무색할 만큼 텅빈 공간에서 관계자들끼리만 진행해 그 자체로 부실이었다.

한라일보에 보도된 것을 추려봤더니 대선이 있었는데도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3일에 한 번꼴로 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나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 중 일부는 논의의 장이 아니라 이처럼 왜곡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주최측의 농간으로 반칙 토론회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반칙은 그 행위만으로도 문제이지만 단점을 숨기기 위한 꼼수로 보여 사업 명분을 더욱 퇴색시킬 뿐이다.

<표성준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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