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숙 씨가 목련 나뭇가지를 다듬고 있다. 수반 위에 목련, 송악, 알스트로메리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김지은기자 수반 위에 봄이 왔다. 꽃망울 맺은 목련이 봄소식을 전하고, 송악 열매가 고향집 돌담 따라 걷던 옛 기억을 불러낸다. "꽃꽂이를 하다보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요. 목련을 다듬으면서 계절의 변화를 생각하고, 송악덩굴을 보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죠." 하경 꽃꽂이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 신희숙 씨가 말했다. 그녀의 손에서 목련, 송악, 알스트로메리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갔다. 꽃꽂이의 종류는 크게 동양식과 서양식으로 나뉜다. 신 씨가 선보인 것은 동양식 꽃꽂이. 서양식처럼 화려하고 가득 찬 느낌은 없지만 수수한 여백의 미가 돋보인다. 꽃꽂이를 하는 사람의 감정과 의도를 전달하기 좋은 방법이다. 꽃, 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난다. 그러니 어떻게 꽂든 아름다운 작품이 나올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보는 사람에게 안정을 주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 씨는 "꽃이 서 있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이면 불안감과 불쾌감을 준다"며 "꽃과 나무를 균형 있게 꽂아야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꽃을 꽂을 때는 일반적으로 수반과 병을 사용한다. 둘 중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꽃꽂이의 종류가 결정된다. 가지, 잎, 꽃 등의 소재를 가지고 넓은 들이나 언덕 등을 묘사할 때는 병보다는 넓은 그릇 모양의 수반을 이용하는 게 좋다. 꽃꽂이를 할 때는 무엇보다도 기본기가 중요하다. 소재를 자르고 구부리고 고정하는 기술을 손에 익히는 게 우선이다. 기본기를 다졌다면 소재를 꽂는 법을 배울 차례. 동양식에선 3개의 가지가 기준이 되는데, 길이가 긴 가지부터 제1주지, 제2주지, 제3주지로 나뉜다. 이것들의 위치와 기울기를 달리하면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도 선, 공간, 색채, 균형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까다로워 보일 수 있지만 가만히 앉아 꽃과 가지 등에 집중하다 보면 생각의 여유가 생기고 정신이 맑아진다. 이것이 바로 꽃꽂이를 하는 이유라고 신 씨는 말한다. "자연에 집중하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도 편안해져요. 약간의 비용으로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이만한 취미도 없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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