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제주 건강보고서 3H
[제주건강보고서 3H](15)소아청소년 비만
어릴 때 비만 방치하면 나이 들어 '고생길'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입력 : 2013. 04.12. 00:00:00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비만클리닉에서는 비만아를 위해 제작된 수첩을 이용, 비만 교육을 시행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 영양사를 통해 적절한 칼로리 섭취와 이를 위한 식단, 음식조리 등에 대해서 상담한다.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강기수 교수가 어린이 비만여부를 진단하고 있다.

음식·운동부족 등 환경요인 영향
기본검사 통해 합병증 동반 확인
성장과정서 무리한 살빼기 금물

병원을 찾는 비만 환자들이 늘고 있다.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2~18세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이 1997년에 5.8%이던 것이 2007년엔 9.7%로 늘어났다. 아이들 중엔 드물지만 이미 비만에 의한 합병증으로 지방간, 지방간염, 고혈압, 고지질혈증과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가 함께 있는 경우도 있다. 비만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의 만성 난치성 성인병의 고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은 적절히 관리받지 못할 경우 약 80% 정도에서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난치성 성인 질환 근원이 소아청소년기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강기수 교수의 도움으로 소아청소년 비만에 대해 알아본다.

▶소아청소년 비만=소아청소년 비만이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BMI = ㎏/m2)가 연령, 성별과 비교해 95백분위수 이상일 때를 말한다. 체질량 지수는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다. 체질량 지수는 '지방비축률'의 정도를 나타내는 방법이다. 성인은 체질량 지수의 절대값으로 비만을 분류하고 있으며,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소아청소년은 체질량 지수가 5~6세경에 최저점을 이뤘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가는 '지방비축률 반동(adiposity rebound)'이 있어 같은 성별 연령별 백분위수로 비교해야 하며, 95백분위수 이상이면 비만으로 진단한다. 체질량 지수가 85백분위수 이상인 경우를 과체중이라 하며, 이때부터 체중관리가 필요하다.

▶원인=소아청소년 비만의 원인은 환경적 요인이 주로 작용한다. 먼저 과자류와 각종 청량음료를 포함하는 인스턴트 식품과 패스트푸드 산업의 발달이 있다. 또 넘쳐나는 광고에 아이들이 쉽게 노출된다. 과자류엔 지방이 많이 함유돼 있다. 탄산 음료와 주스, 스포츠 음료와 같은 청량음료엔 단맛을 내기 위해 액상 과당이 다량 들어있다. 이들 청량음료는 특히 초고도비만의 주범이다. 미국 뉴욕시는 음식점에서 콜라 컵의 크기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기까지 했다. 패스트푸드는 맛이 좋은 만큼 나트륨과 지방 세포에 쉽게 축적되는 트랜스지방이 다량 함유돼 있다. 좌식 생활의 증가와 과중한 학업으로 인한 운동 부족은 비만의 유병률을 증가시키는 데 일조한다. TV시청과 비디오 게임 시간의 증가도 운동부족 감소의 주된 원인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부모의 비만과도 관련성이 높다. 한 보고에 의하면 소아청소년 비만은 부모가 모두 비만이면 80%, 부모 중 한 사람이 비만이면 40%, 부모 모두가 비만이 아닐 때는 7%에서 관찰됐다고 한다. 부모의 비만을 만든 가정 내 환경이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영유아기에 분유나 우유의 과량 섭취로 영유아 비만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영유아기 비만 역시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학동기와 청소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증상=소아청소년 비만은 살이 쪄 보이는 외형적인 변화 외에도 다른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비만아는 같은 연령에 비해 키도 크고 골연령도 증가돼 있다. 그러나 사춘기가 일찍 올 수도 있어 어른이 됐을 때의 키는 오히려 작을 수도 있다. 초경은 정상적이거나 빨리 온다. 체형의 변화도 올 수 있는데, 주로 유방 부위에 지방이 침착돼 남아는 유방이 발달된 것으로 알고 당황하게 된다. 남아의 외부 생식기도 치골부의 지방 조직에 파묻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나 실제로는 대부분 정상 크기이다. 비만아는 정신적인 중압감이 있게 마련이다. 놀림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 정신적·심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며, 비만으로 심리적 부담감이 있어 더 비만하게 될 수 있다. 뒷목과 피부 주름 사이에 과도한 비대 색소 침착이 있는 흑색가시세포증(acanthosis nigricans)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과 2형 당뇨병의 고위험군이다.

▶진단=소아청소년 비만 클리닉을 방문하게 되면 먼저 신체 계측을 시행한다. 체중과 키를 측정해 체질량 지수를 계산, 과체중인지 비만인지를 먼저 파악한다. 허리둘레를 측정해 복부 비만의 정도를 가늠하며, 혈압측정으로 고혈압의 동반 여부를 판단한다. 기본 검사로는 혈액검사를 시행한다. 간기능 검사, 혈당 검사, 혈중 지질 농도 검사, 혈중 인지질 농도 검사, 갑상선 기능검사 등이 포함된다. 소변 검사로 요당의 유무를 확인한다. 영상의학적 검사로는 골연령을 측정하고 간초음파로 지방간의 유무를 확인한다. 이러한 기본 검사를 통해 비만의 합병증이 동반됐는지 확인한다. 이와 함께 갑상샘 기능 저하증과 부신호르몬인 코티졸 과잉과 같은 신체의 다른 병적 원인에 의한 질환을 구분해낸다.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을 비롯한 식습관, 운동습관, 생활습관과 정신 건강에 대한 파악도 중요하다.

소아청소년 비만 클리닉에서 비만의 치료는 본인과 부모님의 비만에 대한 인지로부터 시작된다. 적정 칼로리 섭취량을 정하고 건강한 음식을 통해 이를 섭취하는 식습관의 교정, 적절한 운동과, 생활습관의 교정을 시행한다. 비만과 관련된 일상에서 이해해 주고 함께 노력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비만은 오랜 습관에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성급한 것은 금물이다. 소아청소년은 성장과정에 있으므로 몸무게를 무리하게 빼지 않으며, 오히려 더 이상 늘지 않도록 관리한다. 성인의 적정 몸무게를 초과한 경우에만 몸무게를 점진적으로 줄이도록 유도한다. 비만으로 사춘기가 빨리 와 키 성장이 걱정되는 경우에도 비만 관리가 근본적 치료이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