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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화가 남편과 작가 아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꿈꾸는 제주의 삶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3. 05.24. 00:00:00

▲2001년 서귀포시 남원읍에 정착한 김품창 화가와 장수명 동화작가 부부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제주도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을 펴내고 있다. 표성준기자

2001년 정착 후 남원 앞바다 고래 보며 동화 구상
'똥돼지' 등 연작으로 문화전파 매개자 역할 톡톡

김품창 화가와 장수명 동화작가 부부가 제주에 정착한 것은 지난 2001년. 김품창 화가의 지도교수였던 이왈종 선생은 그가 대학 3학년이던 때부터 "내려오면 감성이 풍부해진다"면서 제주도 이주를 권유했다. 대학 졸업과 결혼 과정에 공모전 탈락 등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후에야 부부는 여섯 살 아이와 함께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에 둥지를 틀었다.

결혼과 함께 간호사를 그만두고 서울에서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딴 뒤 아이들을 가르치던 장수명 작가는 시와 소설, 수필을 쓰던 자유기고가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동화작가로 전향하게 된 것은 제주의 자연과 제주사람들의 삶을 접한 이후다. 눈앞에 보이는 게 바다요, 감귤나무인 제주도는 별천지였다.

"한 번은 폭설이 내려 20㎝ 가까이 쌓였는데도 낮이 되니까 눈이 녹아서 도로가 보이고, 제주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더라고요. 서울이었으면 못 움직일텐데 그날 저녁 또 그만큼 눈이 내려 다음날 같은 일이 반복되고, 상상도 못했던 자연의 조화를 목격하게 됐지요. 제주도에 살면 감성이 풀리고, 내재된 순수성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지요."

김품창 화가는 서울에 살 때만 해도 시장과 가족을 주로 그렸다. 콘크리트 세상 속에서 숨통을 트이게 하는 유일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에 정착한 뒤에는 상상의 세계 속 풍광을 그리고 있다.

"제주도에 살면서 이곳은 사람과 생명체가 같이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바다와 숲, 하늘에 있는 생명체와 그 속에 사는 인간을 자주 만나다 보니 친구처럼 다가왔지요. 그래서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말하기 위해 첫 번째 개인전 제목을 '어울림의 공간'이라 정했어요."

바다는 물고기, 숲은 들짐승, 하늘은 날짐승만 사는 게 아니어서 공간 개념이 없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하늘을 헤엄치고 물속을 나는 동물이 공존하는 판타지의 세계로 탄생했다. 판타지를 표현하는 데 동화만한 게 없었다. 지난해 12월 부부가 제주도를 배경으로 쓰고 그린 그림책 '똥돼지'와 '노리와 여행'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달 말에는 제주이야기 세 번째 책으로 '고래나라'가 나온다. 장수명 작가가 남원에 정착한 이후 계속 눈여겨본 대상이 바로 고래다.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는 집 앞에서 범고래를 봤는데, 바닷속의 산이더라고요. 2년쯤 계속 보이다가 사라졌지요. 며칠 전까지는 집 앞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가 뛰는 것을 보곤 했어요. 다른 지역에서 고래축제를 하고 있잖아요. 더 늦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고래이야기를 선택하게 됐지요."

제주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주도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을 발간하는 것은 제주의 문화를 비교적 쉽게 널리 전파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계속해서 제주의 소재로 동화를 쓰겠다는 이들 작가부부의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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