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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신나GO](11)천연염색
자연이 낳은 색깔에 홀리다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13. 06.28. 00:00:00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해원천연염색체험장을 찾은 지난 주말, 방문객들이 자연재료를 가지고 천연염색을 체험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자연에는 숨은 색깔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다. 갓 태어난 듯한 초록 풋감은 사람의 손과 물, 바람, 햇볕을 만나 제주의 흙빛을 낸다. 감물로 색을 낸 제주 갈옷에는 그렇게 숨었던 자연의 빛깔이 담긴다.

천연염색은 꽃, 나무, 흙, 풀 등 자연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해 염색하는 방법이다. 제주에선 과거보다 손수 감물을 들이는 인구가 줄었지만 천연염색을 찾는 발길은 여전하다. "취미 삼아 천연염료로 옷이나 침구를 물들이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이애순 씨가 말했다. 이 씨는 오라동에 위치한 해원천연염색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길거리에는 물론 옷장 안까지 수많은 색이 넘쳐나는 시대. 자연에서 얻은 색은 화학염색의 그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강하고 화려하기보다는 부드럽고 수수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 씨는 "자연이 내는 색깔이 좋아 천연염색을 시작하게 됐다"며 "눈에 질리지도 않고 보면 볼수록 마음을 끈다"고 했다. 색감도 빼어나지만 여름을 시원하게 나게 해주고 방충 효과가 있어 벌레들이 달라붙지 않는 것도 천연염색의 장점이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식물은 모두 천연염료가 될 수 있다"고 이 씨는 말한다. 지천에 널린 게 염색 재료란다. 까마귀쪽나무, 참식나무 등 모르는 이들이 보기엔 가로수, 잡풀 등으로 보이는 것들이 활용하기에 따라 좋은 염료가 된다.

방법만 알면 그냥 버릴 것도 염료로 쓸 수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염색법을 물었더니 이 씨가 양파껍질 염색법을 소개했다. 방법이 간단해 손수건, 스카프, 옷 등을 손쉽게 변신시킬 수 있다.

일단 깨끗이 씻은 양파껍질에 물을 넣고 푹 삼는다. 20~30분쯤 끓이면 물이 노랗게 변한다. 우려낸 물은 따로 옮겨놓고 양파껍질에 새로 물을 붓는다. 이때는 처음 물의 80% 정도만 넣고 끓인다. 어느 정도 색이 나왔다 싶으면 처음 우린 물과 두 번째 물을 섞은 뒤 천을 넣고 조물거리면 된다.

20분쯤 지나면 하얗던 천이 노란빛으로 물든다. 양파껍질을 우린 물에다 잿물이나 철매염재를 섞으면 카키색을 낼 수도 있다고 한다. 자연의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색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화학염색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그만큼의 정성이 더해진다. 공장에서 찍어낸 화려한 색깔을 뒤로하고 천연염색을 찾는 까닭은 긴 시간 속에 담긴 따스한 정성이 그리워서는 아닐까. 문의 해원천연염색체험장 744-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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