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제주대학교병원 외과 치료를 하다가 더 이상 적극적인 치료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드는 시점이 있다. 치료로 소생될 가능성은 전혀 없고 오히려 그런 치료가 환자를 욕보일 수 있다. 환자는 의식이 없어 의사 소통은 되지 않고,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수액을 공급하면 몸만 부어 오른다. 대·소변, 그 외의 분비물들을 처리하지만 완전한 청결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자주 자세를 바꿔 주어도 욕창을 피하기는 힘들다. 갖가지 시술로 여기저기 찔린다. 그러면서 폐렴이나 패혈증, 다장기부전으로 진행이 되면 그 또한 환자에게는 구차한 일일 수 있다. 가족들은 행여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감을 갖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좌절감과 안타까움만 쌓여가고 생활은 엉망이 된다. 임종을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환자 주변에 대기하다 보면 몸도 지칠대로 지쳐간다. 경제적인 손실이 동반되는 것은 당연하다. DNR이라는 것이 있다. "Do Not Resuscitate"의 앞자를 딴 용어인데 "소생술을 하지 마라"라고 번역이 될 수 있겠다. DNR은 담당 의사가 보호자들에게 환자가 회복불능임을 알리고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을 테니 동의해 달라는 서류이다. 보통은 상황을 이해하고 동의를 하지만 환자가 급히 나빠져 가족들이 미처 마음의 준비가 안된 경우에는 그런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하기도 한다. '사전의료 의향서'라는 용어를 쓴다. 만들어져 있는 서류 양식은 아니고 본인이나 가족이 환자가 회복 불가능하고 의식은 없을 때,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말 것을 원하는 글이다. 또 '연명의료계획서'라는 용어가 제안되고 있다. 의사가 임종기 환자에게 본인의 상태를 알리고 환자 및 가족의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반영한 사전의료계획을 수립해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환자의 의식이 이미 없어지고 소생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인공호흡을 하며 갖가지 약들을 쓰면서 버틸 경우 무의미한 생명연장이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데 법적으로 연명의료중단이 합법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임종기 환자 가족을 면접을 통해 분석한 결과, 35%만 환자와 가족이 운명을 수용하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나머지 65%는 임종이 임박했음을 수용하지 못하거나 환자와 가족 사이에 임종에 대비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지 못했다고 한다. 이 결과는 임종기 돌봄 계획에 대한 논의가 사전에 이루어지지 않고, 연명의료 시행여부도 임종 직전에 가족들이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우리 사회도 좀 더 환자에게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환자에게 치료가 불가능함을 알려 좌절감을 주는 것과 환자 스스로 능동적으로 죽음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과의 득실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김광식 제주대학교병원 외과>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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