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효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제주도에서 귀만 치료하고 수술하기 시작한 첫 번째 이비인후과 의사라고 믿기에 책임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갖고 진료하고 있다. 이런 내가 제주도에 온 지 4년하고 5개월이 다 되어간다. 물론 맛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몸국이나 고기국수도 잘 먹는다. 그래도 아직 자리물회는 싫어한다. 자리돔 가시가 너무나 이비인후과 의사를 힘들게 할 때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또 가끔 서울에 가면 공기가 나쁜 것도 바로 알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잡한 것도 싫어졌다. 제주에 돌아와서는 택시 기사 분에게 "역시 제주도가 좋아요"라고 말하면서 제주의 하늘을 그리고 매일 다르게 보이는 한라산을 느낀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제주에 오면 제주의 관습과 문화를 따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지만, 나는 그 곳에 가면 그 곳의 문화를 좀 더 보고 듣고 그 곳 사람들과 좀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알아가는데 보고 듣고 말하는 기능은 꼭 필요한 기능이다. 이 세 가지 기능 중에서 하나라도 잃은 사람들은 상대방을 못 믿는 경우가 많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피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또 남과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좌절하기 쉽다. 나는 귀를 치료하는 것이 주된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분들을 주로 만나게 되는데, 못 듣게 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소리가 커지고,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을 꺼려하고 상대방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청력이 저하되어 있는 환자분들을 왜곡하거나 비하해서 하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내가 잘 듣지 못하는 분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을 말한 것이니 오해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오히려 이런 점을 일반인이나 특히 가족들이 이해해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언급한 것일 뿐이다. 듣지 못해서 힘든 것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래서 잘 듣지 못하는 환자분들과 함께 오는 보호자들에게 나는 "귀를 막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 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잘 못 듣는 사람들은 흔히 성격이 괴팍하다는 오해를 받는다. 청력이 정상적인 사람들이 괜히 못 듣는 나를 의심하고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반대로 청력이 정상인 사람들은 난청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괜히 의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생각 보다는 난청이 있는 가족이나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역지사지(易地思之)'태도를 가지고 귀가 아닌 마음으로 그 사람의 바라는 것을 느끼려고 한다면 난청 환자분들도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대하지 않을까? 나는 귀를 치료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안 들리는 분들을 위해 큰 목소리로 말하는 편이다. 그리고 눈을 마주하려고 한다. 하지만 눈빛이나 큰 목소리 보다 마음으로 그분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감히 말하지만 나는 그들의 마음까지 치료하고 싶다. <최승효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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