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홉(hop) 농장. 홉은 맥주 특유의 상쾌함, 쌉쌀한 맛과 거품, 향을 내는 원료로 뽕나무과의 다년생 넝쿨식물이다. 강경민기자 체코 맥주시장 포화로 다국적 초대형 회사로 흡수 제주맥주 단순모방 탈피해 본연의 참 맛 만들어야 체코는 전 세계에서 1인당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유럽에서 독일과 함께 정통 라거 맥주를 생산하는 맥주 강대국으로 손꼽힐 뿐아니라 최초의 황금색 라거인 필스너(Pilsner)를 탄생시킨 국가이다. 체코인의 1인당 맥주 소비량은 한국인의 3배이상인 연간 약 140ℓ로 독일의 105ℓ보다 많다. 체코인들은 흔히 맥주를 흐르는 빵에 비유하고 맥주는 인생과도 같다는 말도 한다. 유명 맥주 생산지인 쁠젠에서 맥주 제조법이 변경됐을 때에는 폭동이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맥주 사랑은 대단하다. 이처럼 체코인들의 생활속에 맥주가 깊숙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술 한잔 하면서 얘기하는 펍(pub) 문화가 잘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체코 여론조사 기관인 CVVM이 조사한 결과 국민의 4분의 3이 사교 생활의 중심으로 펍을 선택했다. 체코인에게 펍 모임은 수많은 강대국의 침략 속에서 살아남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간주되고 있다. 또 이웃한 슬로바키아 지방이 헝가리의 지배를 받으면서 포도주를 즐겨 마시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은 것도 체코의 맥주 전통에 큰 영향을 끼쳤고 아로마 호프의 최상품 자쯔(Saaz)도 맥주의 대중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체코 맥주시장이 포화되면서 대형 맥주회사들은 국제적인 초대형 맥주회사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1842년 설립된 플젠스키 프라즈로이 맥주회사는 체코 국내 맥주 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할뿐만 아니라 체코에서 가장 큰 맥주 수출 회사이다. 전세계 56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삽 밀러에 흡수됐다. 현재 체코 국내 시장 점유율 15.3%를 기록하면서 필스너 우르켈을 생산하는 플젠스키 프라즈로에 이어 체코 2위의 맥주 제조회사로 성장한 스타로프라멘도 지난 2005년 세계적인 맥주그룹인 몰슨 쿠어스에 흡수됐다. ▲맥주 제조에 사용되는 홉. 플젠스키 프라즈로이 보이쩨흐 호몰까 홍보담당은 "체코 맥주시장은 이미 포화됐지만 소비자 선호도 변화에 맞춰가기 위해 고급 브랜드에 맥주회사들이 투자를 하면서 점점 변화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07년 체코 맥주 생산은 약 2000만 헥토리터에 이르면서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지난 2012년 체코 맥주공장의 총생산은 1758만 헥토리터(hectoliter; 1ℓ의 100배)로 전년대비 약 7% 하락했다고 말했다. 체코의 맥주회사들은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주맥주는 독일의 맥주제조방식을 벤치마킹했다. 체코 역시 초창기 일부 양조장에서 독일 부르마스터를 영입했지만 자신들만의 맥주인 필스너를 탄생시켜 전 세계를 공략하고 있다. 체코의 유명한 필스너 맥주는 이후 독일로 건너가 독일식 필제너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7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인근 옛 신제주종합시장 건물 1층 전용매장에서 제주맥주인 제스피(Jespi) 판매를 시작했다. 제주산 맥아를 100% 사용해 만든 구수한 정통 유럽 스타일의 맥주 맛이 인정을 받으면서 1일 평균 3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제주맥주의 인기가 앞으로 지속될지 장담할 수는 없다. 제주맥주가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독일 맥주의 맛에서 벗어나 제주맥주 본연의 참 맛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제조초기 단계에서는 독일과 똑같이 따라하면서 기본을 익혀야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모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창조적인 재해석으로 제주맥주의 세계화 생산방식을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제주개발공사에 주어진 과제이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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